만두·김치 다음은 전통주…CJ가 뉴욕서 '자리'를 깐 이유
프리미엄 증류주 3종 미국 시장 첫선
한식 파인다이닝·바부터 소비자 접점 확대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구이 스테이크하우스'. 바 뒤편 선반을 채운 것은 와인이나 위스키가 아니었다. 하얀 병에 'jari(자리)'라는 이름이 적힌 한국 증류주들이었다. 테이블에는 캐비어와 전복, 72시간 숙성 프라임립 등 한식을 재해석한 요리가 놓였고 옆에는 자리를 이용한 칵테일이 따라붙었다.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마리'와 '꼬치'를 운영하는 심성철 셰프도 직접 페어링 메뉴를 선보였다.
이날 열린 'K-스피리츠×자리 파트너스데이'는 CJ제일제당이 미국 시장에 새롭게 던진 승부수를 보여주는 자리였다. 한국 음식이 미국인의 식탁에 올라간 데 이어 이제는 그 음식과 함께 마실 '한국의 술'까지 하나의 식문화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행사장 화면에는 CJ제일제당의 전략이 한 장으로 정리돼 있었다. 전국의 뛰어난 양조장에서 원주를 발굴하고(Crafted), 이를 선별해(Curated), 숙성(Aged)시킨 뒤 '자리'라는 하나의 브랜드로 세계 시장에 내놓는 방식이다. 단순히 전통주 한 제품을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CJ제일제당이 한국의 양조장을 발굴해 해외 소비자와 연결하는 'K-증류주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레고리 옙 CJ제일제당 라이프스타일 식품사업부문 대표는 자리의 미국 진출에 대해 "한국 음식과 문화가 이미 받아들여진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증류주의 존재감을 확대하는 중요한 단계"라며 "한국 술이 발견되고, 제공되고, 즐겨지는 방식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브랜드 이름에도 전략이 담겼다. '자리'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음식과 술을 나누는 공간을 뜻하는 우리말에서 가져왔다. 와인이 서양 음식, 사케가 일본 음식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듯 한식에도 함께 떠올릴 수 있는 한국 술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CJ제일제당이 미국에서 내놓은 제품은 '자리 문배술 24', '자리 문배술 41', '자리 가무치 24' 등 3종이다. 문배술 24와 가무치 24는 지난 7월 한국에서 먼저 출시됐고, 알코올 도수 41도의 문배술 41은 미국에서 처음 공개됐다. 고도주에 익숙한 미국 프리미엄 증류주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이다.
차별점은 숙성이다. 한국 양조장에서 만든 술을 선별한 뒤 전통 옹기에서 사계절을 거치며 숙성한다. 문배술은 조·수수·쌀 등 국내산 곡물을 사용하며, 가무치 역시 충주 쌀을 원료로 한다. 문배술은 고려시대까지 역사가 거슬러 올라가며 1986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전통을 그대로 복제하기보다 원료와 양조 기술이라는 한국적 뿌리를 살리면서 현대적인 프리미엄 증류주로 재해석한 셈이다.
품질 경쟁력도 앞세웠다. 세 제품 모두 올해 세계적 주류 품평회인 국제와인앤드스피릿대회(IWSC)와 국제주류품평회(ISC)에서 수상했다. IWSC에서 문배술 24는 94점, 문배술 41은 91점을 받았다.
CJ제일제당의 초기 전략은 대형 유통매장에 제품을 한꺼번에 푸는 방식과 거리가 있다. 뉴욕의 한식 파인다이닝과 프리미엄 바를 먼저 공략해 'K-푸드와 함께 마시는 K-스피리츠'라는 경험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자리 역시 뉴욕의 일부 매장과 미쉐린 스타를 포함한 프리미엄 한식당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전날인 22일 맨해튼 모던 한식당 '무노'에서 열린 미국 론칭 행사도 같은 전략이었다. 미쉐린 1스타 '주아'를 운영하는 김호영 셰프의 한식 코스에 서울 '파인앤코' 홍두의 믹솔로지스트가 만든 자리 칵테일을 붙였다. 술 자체보다 '어떻게 마실 것인가'를 먼저 보여준 것이다.
CJ제일제당은 자리만 키우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갈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는 문배주양조원과 다농바이오, '추사'의 예산사과와인, '월영안동소주'의 회곡양조장 등 국내 양조장 4곳도 함께 소개됐다. 이들은 지난 4월부터 정부의 '글로벌 넥스트 K-푸드 프로젝트'에 CJ제일제당과 함께 참여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