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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에서 기지개 켜다 가슴 쥐어뜯었다"… 귀성길 4050 가장 쓰러뜨린 운전석의 저주 [몸의 오프더레코드]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졸음 쫓으려 마신 커피·에너지음료가 '이뇨 작용' 촉발
혈액 수분 짜내 피를 끈적하게 만들어
종아리 정맥서 만들어진 핏덩어리가 폐동맥 막는 '폐색전증'
시간 이상 좁은 차 안에 갇혀있었다면 물 마시고 걸어야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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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추석 연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9월 24일. 끝이 보이지 않는 귀성길 정체 속에서 대한민국 4050 가장의 어깨는 천근만근이다.

뒷좌석에서 곯아떨어진 아이들과 조수석에서 꾸벅꾸벅 조는 아내를 깨우지 않기 위해, 아빠는 오롯이 홀로 운전대와 사투를 벌인다. 쏟아지는 졸음을 쫓으려 휴게소에서 산 벤티 사이즈의 얼음 가득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고카페인 에너지 음료를 연거푸 들이켠다. 화장실에 들르는 시간조차 아까워 물은 입에도 대지 않은 채,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오가며 발목만 까딱거리기를 수 시간째.

마침내 목적지 인근 마지막 휴게소(혹은 고향 집 마당)에 도착해 주차 기어를 넣는다. "아이고, 다리야." 굳어있던 허리와 다리를 펴기 위해 차 문을 열고 나와 밖으로 첫 발을 내딛으며 시원하게 기지개를 켜는 순간, 비극은 시작된다.

갑자기 가슴 한가운데에 칼이 꽂힌 듯한 날카로운 극통이 찾아오고, 숨을 헐떡여도 산소가 들어오지 않는 끔찍한 질식감이 그를 덮친다. 명절의 시작을 알리는 안도감이 돌연사의 찰나로 뒤바뀌는 순간. 의학계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침묵의 살인마, '폐색전증'이 터진 것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이 끔찍한 돌연사를 장거리 비행기 이코노미석에서나 생기는 질환으로 여긴다. 하지만 꽉 막힌 명절 고속도로 위의 운전석은 이코노미석보다 훨씬 좁고 가혹한 '혈전(핏덩어리) 배양소'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4시간 이상 좁은 좌석에 앉아 이동할 경우, 교통수단을 불문하고 치명적인 '정맥혈전색전증(VTE)' 발생 위험이 2배 이상 치솟는다고 경고한 바 있다.

우리 몸에서 피를 심장으로 강하게 퍼 올려주는 펌프 역할은 '제2의 심장'이라 불리는 종아리 근육(비복근)이 담당한다. 하지만 좁은 운전석에 앉아 다리를 구부린 채 발목만 까딱거리며 5시간을 갇혀 있으면, 종아리 근육이 수축하지 않아 하지 정맥에 피가 고이게 된다(혈류 정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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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4050 가장들이 졸음을 쫓으려 들이켠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에너지 음료'가 치명적인 방아쇠를 당긴다. 고카페인의 강력한 이뇨 작용으로 혈장(수분)이 빠르게 빠져나가면, 혈액 속 적혈구와 혈소판이 농축되면서 피가 끈적끈적한 늪처럼 변한다(혈액 응고성 증가). 고여있던 피가 극단적 탈수 현상을 만나면서 종아리 깊은 혈관 속에 단단한 핏덩어리, 즉 '심부정맥 혈전증(DVT)'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진짜 공포는 목적지에 도착해 차 문을 열고 바닥에 첫 발을 딛는 순간 시작된다. 5시간 동안 멈춰있던 종아리 근육이 걷기 위해 강력하게 수축하는 순간, 혈관 벽에 위태롭게 붙어있던 핏덩어리를 위로 쏘아 올린다. 다리를 출발한 혈전은 하대정맥을 타고 순식간에 올라가 심장 우심방과 우심실을 거쳐, 폐에 산소를 공급하는 '폐동맥'을 꽉 막아버린다. 이것이 산소 공급이 끊겨 그 자리에서 가슴을 쥐어뜯으며 질식하게 되는 폐색전증의 끔찍한 해부학적 기전이다.

"장거리 운전할 때 커피 좀 마시는 게 무슨 대수냐"며 넘겼던 무심한 습관이, 당신의 다리 속에 치명적인 시한폭탄을 키우고 있었다.
꽉 막힌 귀성길, 살기 위해 마셨던 다량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당신의 피를 굳게 만드는 독약이나 다름없다. 이번 명절 운전대를 잡았다면 휴게소마다 무조건 차에서 내려 5분 이상 걷고, 굳은 종아리를 주물러야 한다. 커피 대신 밍밍한 생수를 마시는 맹물 귀성길만이, 고향 집 마당에서 아내와 아이들을 향해 웃으며 차 문을 열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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