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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레노호 4-4-2, 정말 괜찮은데?"... 스리백 버리자 살아난 한국 축구의 역설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스리백 고집 버리고 4-4-2 전형 회귀
김민재-이한범 철벽 포백, 촘촘한 '간격 유지'로 합격점
전반전 수비 전환 아쉬움, 하프타임 미팅 후 180도 돌변
후반에만 역습·프리킥·지공으로 내리 3골 폭발

작전 지시하는 모레노 임시 감독. 연합뉴스
작전 지시하는 모레노 임시 감독.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모레노호의 포백, 이거 정말 물건인데?'

벼랑 끝에 섰던 한국 축구가 마침내 막힌 혈을 뚫었다. 그 중심에는 스리백의 미련을 과감히 버리고 '4-4-2 전술'이라는 정공법을 택한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의 결단이 있었다.

모레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FIFA 랭킹 32위)은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에콰도르(25위)와의 평가전에서 오현규(베식타시), 손흥민(LAFC), 이동경(울산)의 릴레이 골포를 앞세워 3-0의 통쾌한 완승을 거뒀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참사의 늪에서 허덕이던 태극전사들이 완벽한 '무실점·멀티골'로 화려한 부활의 신호탄을 쏜 것이다.

24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에콰도르의 경기, 3대0 승리를 거둔 대한민국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뉴스1
24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에콰도르의 경기, 3대0 승리를 거둔 대한민국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뉴스1

이날 경기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단연 '포백'의 안정감이었다. 홍명보호 시절 북중미 월드컵에서 스리백을 가동했다가 쓴맛을 봤던 한국은, 이번 소집 훈련부터 4-4-2 대형을 철저하게 가다듬었다. 취임 일성으로 "K리그에서도 널리 쓰이고 국제 무대에서도 유용한 4-4-2가 기본"이라고 천명했던 모레노 감독의 뚝심이 그대로 그라운드에 이식됐다.

최전방 투톱에는 손흥민과 오현규가 섰고, 이재성(마인츠)과 박진섭(저장)이 중원을 지켰다. 좌우 날개엔 송민규(나시오날)와 정승원(서울)이 배치됐으며,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모았던 포백 라인은 김민재(뮌헨)-이한범(브루게) 중앙 조합에 조현택(울산), 설영우(아우크스부르크)가 좌우를 책임졌다. 골문은 김승규(도쿄)가 든든히 지켰다.

휘슬이 울리자마자 태극전사들은 확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핵심은 '간격 유지, 강한 압박, 왕성한 체력'이었다. 3선부터 최전방까지 좁은 간격을 그물망처럼 유지하며 남미의 강호 에콰도르를 강하게 옥죄었다. 공격과 수비 전환 시에도 대형은 좀처럼 깨지지 않았다. 오현규가 측면으로 빠지면 정승원이 중앙으로 파고드는 유기적인 스위칭 플레이도 상대를 혼란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24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에콰도르의 경기, 손흥민이 돌파하고 있다. 뉴스1
24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에콰도르의 경기, 손흥민이 돌파하고 있다. 뉴스1

물론 전반전이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아직 새 전술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한 탓에, 역습 허용 시 공격수들의 수비 가담이 늦어지며 순간적으로 수적 열세에 놓이는 아찔한 장면도 노출했다.

하지만 모레노 감독의 진가는 하프타임 라커룸 미팅에서 발휘됐다. 전반전의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낸 후 맞이한 후반전, 한국의 공격은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후반 9분, 축구 팬들의 묵은 체증을 씻어내는 환상적인 선제골이 터졌다. 득점의 과정은 그야말로 '예술'에 가까웠다. 후방에서 볼을 잡은 김민재가 중원의 송민규를 향해 날카로운 전진 패스를 찔러넣었고, 송민규는 지체 없이 전방으로 뛰어드는 오현규에게 볼을 연결했다. 수비수 2명을 달고 페널티아크 정면까지 스피드를 끌어올린 오현규는 과감한 중거리포로 골망을 찢었다. 후방 빌드업에서 최전방 마무리까지, 단 두 번의 패스로 완성된 가장 이상적인 현대 축구의 득점 공식이었다.

24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 대 에콰도르의 경기 후반, 대한민국 오현규가 선취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24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 대 에콰도르의 경기 후반, 대한민국 오현규가 선취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기세가 오른 한국은 후반 13분, '캡틴' 손흥민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환상적인 직접 프리킥으로 추가골을 꽂아 넣으며 에콰도르의 전의를 상실케 했다.

그동안 극심한 '득점 빈곤'과 불안한 수비로 팬들의 애간장을 태웠던 한국 축구. 하지만 단 한 경기 만에 모레노 감독이 깎아놓은 '포백 시스템'은 기대 이상의 단단함을 보여줬다. 위기의 소방수로 나선 모레노호의 화려한 데뷔전, 한국 축구의 진정한 반등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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