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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한 줄 알고 소화제 마셨는데 내장이 녹고 있었다"… 연휴 끝 토요일 밤, 4050 덮친 끔찍한 '새우 자세' [몸의 오프더레코드]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체한 줄 알았는데"…명치 통증 등까지 뻗치면 급성 췌장염 의심
과음 뒤 찾아온 극심한 상복부 통증…소화제로 버티다 병 키울 수도
음식 소화할 효소가 췌장 공격…심하면 괴사·장기부전까지
앞으로 숙이면 통증 줄기도…식은땀·구토 동반 땐 신속히 병원으로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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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지옥 같았던 귀경길 정체를 뚫고 마침내 집으로 돌아온 9월 26일 토요일 밤. 장거리 운전으로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 쑤시지만, 4050 가장은 이대로 연휴의 마지막 주말 밤을 보내기가 못내 아쉽다.

짐 정리를 마친 아내와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자, 냉장고를 열어 명절 내내 물리도록 먹었던 전 쪼가리와 갈비찜을 대충 데워 캔맥주나 소주 한 병을 꺼내 든다. TV 볼륨을 줄여놓고 홀로 기울이는 이 쌉싸름한 술 한 잔이 고단했던 가장의 피로를 씻어주는 유일한 위로다.

■ 명절 끝자락의 방심… 소화제 한 병으로 퉁치려는 4050 가장의 착각

하지만 술잔을 비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명치끝이 꽉 막힌 듯 답답해지기 시작한다.

"연휴 내내 기름진 걸 너무 주워 먹었더니 단단히 체했네."

대다수 중년 남성들은 이 불쾌한 복통을 단순한 급체나 위경련으로 치부한다. 익숙하게 찬장을 열어 액상 소화제를 하나 마신 뒤, 뻐근한 허리를 펴기 위해 소파에 등을 대고 반듯하게 눕는다. 곧 소화가 되겠거니 눈을 감지만, 불과 1~2시간 뒤 상상을 초월하는 끔찍한 극통이 그를 덮친다.

단순히 배가 아픈 수준이 아니다. 명치에서 시작된 통증이 등과 허리 쪽으로 번지며 마치 날카로운 창이 몸통을 관통하는 듯한 고통이 밀려온다. 너무 아파 똑바로 눕지도 못한 채, 거실 바닥에 내려와 새우처럼 등을 둥글게 말고 식은땀을 흘리며 바닥을 구른다.

■ 후복막 장기의 반란… 명치에서 등허리까지 뻗치는 끔찍한 방사통

소화제 한 병으로 통증을 달래보려던 4050 가장들의 판단은 위험할 수 있다. 이 끔찍한 고통의 정체가 단순한 소화불량이 아니라 '급성 췌장염(Acute Pancreatitis)'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과도한 음주는 급성 췌장염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연휴 동안 과음과 과식을 반복한 뒤 심한 상복부 통증이 나타났다면 단순한 체기로만 넘겨서는 안 된다.

왜 하필 위장이 있는 배 앞쪽뿐 아니라 등과 허리까지 아픈 것일까?
이는 췌장의 해부학적 위치와 관련이 있다. 췌장(이자)은 위장 뒤쪽 깊숙한 곳, 척추 앞쪽에 자리한 '후복막 장기'다. 이 때문에 급성 췌장염이 발생하면 상복부에서 시작된 심한 통증이 등 쪽으로 뻗치는 '방사통'이 나타날 수 있다.

환자에 따라 똑바로 누웠을 때 통증이나 불편감이 심해지고, 반대로 앉아서 상체를 앞으로 숙이거나 무릎을 배 쪽으로 당겼을 때 통증이 다소 줄어들기도 한다. 급성 췌장염 환자들이 극심한 통증 속에서 본능적으로 몸을 앞으로 웅크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이유다.

■ 내 몸이 나를 공격한다… 알코올이 부른 '자가소화'의 참사

췌장은 우리가 먹은 단백질과 지방 등을 분해하기 위해 강력한 소화효소를 만들어낸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이 효소들은 적절한 과정을 거쳐 십이지장에서 활성화돼 음식물을 소화한다.

하지만 급성 췌장염에서는 정상적으로 장에서 작동해야 할 소화효소가 췌장 내부에서 비정상적으로 조기 활성화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 강력한 염증 반응까지 이어지면서 췌장 세포와 주변 조직이 손상된다.

특히 과도한 음주는 급성 췌장염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담석 역시 매우 중요한 원인이며, 고중성지방혈증이나 일부 약물 등 다양한 원인으로 급성 췌장염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과정은 흔히 '자가소화(Autodigestion)'라는 개념으로 설명된다. 음식물을 소화해야 할 효소가 엉뚱한 곳에서 활성화되면서 췌장 조직 자체를 공격하고, 여기에 염증 반응이 겹치면서 조직 손상이 진행되는 것이다.

심한 경우 염증이 췌장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전신 염증반응과 장기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일부 환자에서는 췌장 조직의 괴사가 발생하는 중증 급성 췌장염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 새우처럼 웅크린 채 견디지 마라… '체기'로 착각하면 위험한 응급 신호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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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 남성들은 늘 병원 가는 것을 꺼린다. 배 좀 아프다고, 혹은 등에 담이 좀 걸렸다고 응급실을 찾는 것을 '가장답지 못한 엄살'로 여긴다. 하지만 참기 어려운 상복부 통증이 지속되고 그 통증이 등까지 뻗친다면 '시간이 약'이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버텨서는 안 된다.

특히 통증이 심한 상태에서 술을 더 마시거나 억지로 음식을 먹으며 버티는 것은 피해야 한다. 다만 과거와 달리 현재 급성 췌장염 치료에서 모든 환자에게 '물 한 모금조차 허용하지 않는 절대 금식(NPO)'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표준 치료 원칙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집에서 스스로 '굶으면 낫겠지'라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신속하게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다.

급성 췌장염은 통증만으로 확진할 수도 없다. 특징적인 상복부 통증과 함께 혈액검사에서 췌장효소인 아밀라아제 또는 리파아제가 정상 상한치의 3배 이상 상승했는지, 영상검사에서 특징적인 췌장염 소견이 나타나는지 등을 종합해 진단한다.

명절의 끝자락인 토요일 밤. 기름진 안주에 술 한 잔을 들이켠 뒤 시작된 명치 부근의 통증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등허리까지 뻗치거나 구토와 식은땀까지 동반된다면 당장 까스활명수만 붙잡고 버틸 일이 아니다.

더구나 중년 남성의 명치 통증과 식은땀은 급성 췌장염뿐 아니라 심근경색 등 다른 응급질환에서도 나타날 수 있어 증상만으로 원인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 상체를 앞으로 구부렸을 때 통증이 조금 줄어든다고 해서 스스로 췌장염이라고 진단해서도 안 된다. 다만 참기 어려울 정도의 상복부 통증이 지속되거나 통증이 등으로 뻗치고 구토·식은땀 등이 동반된다면 단순한 과식이나 체기로 넘겨서는 안 된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새우처럼 웅크린 채 식은땀을 흘리며 아침이 오기를 기다리지 마라. 소화제 한 병으로 버티기보다 신속하게 의료기관을 찾아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가장의 책임감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위험한 신호를 '별것 아닌 체기'로 착각하지 않는 판단력이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췌장염 #심근경색 #토요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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