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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 받으니 이렇게 잘하는데" 손흥민, 모레노 감독 밑에서 활짝 웃었다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북중미 월드컵 '0골·3차전 벤치' 아픔 캡틴… 모레노 '신뢰' 속 부활포
모레노 선택은 캡틴 연임… 4-4-2 투톱의 '자유도' 손흥민 100% 활용법
과감한 프리킥 쾅! A매치 57호 골 작렬
'전설' 차범근 대기록에 단 1골 차 추격

[수원=뉴시스] 김근수 기자 = 24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 대 에콰도르의 경기에서 교체되는 손흥민과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6.09.24. ks@newsis.com /사진=뉴시스
[수원=뉴시스] 김근수 기자 = 24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 대 에콰도르의 경기에서 교체되는 손흥민과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6.09.24. [email protected]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이렇게 잘 뛰고, 이렇게 파괴력 있는 선수를 우리는 왜 월드컵 3차전 벤치에 앉혀둬야만 했을까.'

2026 북중미 월드컵의 악몽이 마침내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씻겨 내려갔다. 그 중심에는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를 구하기 위해 임시 지휘봉을 잡은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의 영리한 '에이스 활용법'과, 족쇄를 풀고 그라운드를 자유롭게 누빈 '캡틴' 손흥민(34·로스앤젤레스FC)이 있었다.

모레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4일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에서 3-0 완승을 거두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완벽한 승리 속에서도 단연 빛난 것은 손흥민의 가벼운 몸놀림이었다.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불과 몇 달 전 북중미 월드컵 당시, 손흥민은 지독한 시련을 겪었다. 팀의 전술적 희생양으로 겉돌며 조별리그 무득점에 그쳤고, 심지어 3차전에서는 선발 명단에서 제외되는 수모까지 겪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공격수가 몸에 맞지 않는 전술(스리백) 속에서 날개를 접어야 했던 뼈아픈 시간이었다.

하지만 모레노 감독은 달랐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며 주장 완장을 교체할 것이란 일부의 예측을 깨고, 모레노 감독은 "기존에 해오던 방식을 존중한다"며 손흥민에게 다시 캡틴의 중책을 맡겼다. 무너진 에이스의 자존심을 '존중'으로 다시 세워준 것이다.

신뢰를 등에 업은 에이스는 그라운드에서 '클래스'로 보답했다. 4-4-2 포메이션의 투톱 공격수로 나선 손흥민은 최전방에만 머물지 않았다. 상대 수비 라인부터 센터 서클까지 깊숙하게 내려와 연결고리 역할을 자처했다. 후반 9분 터진 오현규의 선제골 장면에서도 손흥민은 수비수를 달고 넓게 뛰며 동료에게 완벽한 공간을 열어주는 이타적인 플레이로 득점의 기점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다.

[수원=뉴시스] 김근수 기자 = 24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 대 에콰도르의 경기 전반, 대한민국 손흥민과 에콰도르 페드로 비테와 볼 경합을 하고 있다. 2026.09.24. ks@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사진=뉴시스화상
[수원=뉴시스] 김근수 기자 = 24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 대 에콰도르의 경기 전반, 대한민국 손흥민과 에콰도르 페드로 비테와 볼 경합을 하고 있다. 2026.09.24.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사진=뉴시스화상

그리고 후반 13분, 기다렸던 부활포가 터졌다. 페널티박스 왼편, 보통이라면 크로스를 올려 세컨드볼이나 헤더를 노릴 법한 좁은 각도였지만 손흥민은 과감한 직접 슈팅으로 에콰도르의 골망을 갈랐다. 월드컵의 한을 풀어내는 통쾌한 '사이다포'였다.

득점 직후 손흥민의 환한 미소는 그가 얼마나 경기를 즐기고 있는지를 대변했다. 경기 후 그는 "프리킥 상황에서 슈팅을 때릴 생각을 안 했는데, (김)민재가 오더니 때리라고 해서 자신 있게 때렸다. 민재가 큰 공을 세웠다"라며 동료에게 공을 돌리는 여유까지 보였다.

이날 골로 손흥민은 A매치 148경기 57골을 기록, 한국 남자 A매치 최다 득점 1위인 '전설' 차범근 전 감독(136경기 58골)의 대기록에 단 1골 차이로 다가섰다.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손흥민은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월드컵을 생각하면 여전히 마음이 아프다. 선수뿐만 아니라 팬분들도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라며 "이 한 경기로 모든 게 업(Up)되진 않았으면 좋겠지만, 선수들이 즐기는 모습을 보니 즐거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자신을 믿어주고, 가장 잘 뛸 수 있는 공간과 자유도를 부여했을 때 에이스가 얼마나 무서운 파괴력을 낼 수 있는지 증명된 90분. 전술적 아집에 갇혀 최고 무기의 장점마저 죽여버렸던 지난 월드컵의 뼈아픈 실책을, 모레노호는 확실한 '에이스 존중'으로 단숨에 씻어냈다. 손흥민이 다시 즐겁게 축구를 시작했다. 우루과이전에서 쏘아 올릴 그의 발끝에 또 한 번 팬들의 기대가 쏠리고 있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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