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스포츠일반

"뭐? 하루에 32강, 16강 다 뛰라고?" 세계 1위 안세영도 헛웃음 지은 나고야 일정 [나고야 AG]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개인전을 단 5일 만에 끝내라? 톱시드 안세영마저 '하루 2경기' 강행군
앞 경기 끝나야 시작하는 '꼬리물기' 방식 탓 기약 없는 대기
쉴 곳도 마땅치 않은 최악의 환경
"어차피 하루 3번 운동했다, 집중력 똑같아"

세계랭킹 1위 안세영. 연합뉴스
세계랭킹 1위 안세영.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쉴 틈 없이 전 세계 코트를 누비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월드스타' 안세영(삼성생명)마저 헛웃음을 지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의 주먹구구식 일정 짜기가 기어코 배드민턴 종목에서도 사달을 냈다. 선수의 체력은 안중에도 없는 엉망진창 '살인 일정' 속에서도 세계 1위 안세영은 흔들림 없이 금빛 스매싱을 정조준하고 있다.

안세영은 26일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배드민턴 여자 단식 32강전에서 카밀라 스마굴로바(카자흐스탄)를 단 20분 만에 2-0(21-5 21-5)으로 완파하며 가볍게 몸을 풀었다. 하지만 그의 진짜 시련은 상대 선수가 아니라 '일정' 그 자체였다. 안세영은 이날 밤늦게 라니트마 티누디 웨이헤나 리야나게(스리랑카)와 16강전을 한 번 더 치러야 하는 황당한 상황에 놓였다.

26일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32강 한국 안세영과 카자흐스탄 카밀라 스마굴로바의 경기. 한국 안세영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32강 한국 안세영과 카자흐스탄 카밀라 스마굴로바의 경기. 한국 안세영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유는 조직위의 기형적인 일정 배분 탓이다. 통상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종합 대회 배드민턴은 단체전에 4일, 개인전에 6일을 배정한다. 하지만 이번 나고야 대회는 단체전을 5일로 늘리고, 개인전을 단 5일 만에 모두 소화하도록 일정을 욱여넣었다. 그 여파로 1번 시드를 받아 체력을 안배해야 할 안세영마저 하루에 32강과 16강을 모두 뛰어야 하는 가혹한 강행군을 피하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배드민턴 특유의 '꼬리물기' 진행 방식이다. 앞 경기가 끝나야 다음 경기에 들어갈 수 있어 정확한 경기 시작 시간을 예측하기 어렵다. 선수들은 일찌감치 경기장에 도착해 기약 없이 대기하며 진을 빼야 한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시립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체 8강전 대한민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한국 안세영이 2세트에서 승리한 뒤 관중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22일(현지시간)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시립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체 8강전 대한민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한국 안세영이 2세트에서 승리한 뒤 관중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첫 경기를 산책하듯 가볍게 끝냈지만, 안세영 역시 난생처음 겪는 일정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하루에 두 경기를 뛰어본 적이 없어서 머릿속이 복잡하더라"며 "숙소로 다시 들어갔다 나오기에도 시간이 너무 애매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조직위의 배려 없는 행정 탓에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할 에이스가 경기장 한편에서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셔틀콕 여제'의 멘탈은 이런 악조건 속에서 더욱 단단하게 빛났다. 당황스러운 기색을 이내 지워낸 안세영은 "경기할 때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 건 하루 한 경기나 두 경기나 똑같다. 크게 달라질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어차피 선수촌에서도 하루에 세 번씩 강도 높게 운동했기 때문에, 그 경험을 살려서 코트 위를 잘 뛰어보겠다"며 세계 1위다운 듬직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배드민턴 #안세영 #나고야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