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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포백이 편하네요" 김민재의 뼈있는 미소… '스리백 참사' 지워낸 모레노의 선택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스리백' 고집하다 월드컵 그르친 이전 체제와 작별
모레노 감독, 4-4-2 '정공법'으로 3-0 완승
김민재 "선수들 모두 소속팀서 포백 쓴다… 확실히 편안하고 재밌어"
 '맞지 않는 옷' 벗어던진 태극전사들, 포백 회귀가 가져온 기분 좋은 나비효과

24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에콰도르의 경기. 한국 김민재가 드리블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에콰도르의 경기. 한국 김민재가 드리블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의 뼈아픈 실패. 그 중심에는 선수들의 특성을 무시한 채 억지로 꿰어 입혔던 '스리백' 전술이 있었다.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의 소방수로 등판한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은 그 복잡한 엉킨 실타래를 가장 단순하고 명쾌한 방법으로 풀어냈다. 바로 선수들에게 가장 익숙한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모레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지난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에서 4-4-2 포메이션을 앞세워 3-0 완승을 거뒀다. 후반에만 오현규, 손흥민, 이동경의 릴레이 골이 터지며 시원한 공격력을 선보였지만, 이날 승리의 진짜 숨은 동력은 단 한 골도 내주지 않고 든든하게 후방을 지켜낸 '포백 라인'에 있었다.

이날 이한범과 함께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해 무실점 경기를 이끈 '괴물' 김민재의 경기 후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새롭게 가동된 수비 시스템에 대한 진한 만족감이 얼굴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24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 대 에콰도르의 경기 후반 손흥민이 추가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시스
24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 대 에콰도르의 경기 후반 손흥민이 추가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시스

그의 입에서 나온 소감은 짧지만 뼈가 있었다. 현재 국가대표팀에 합류한 대부분의 선수가 각자의 소속팀에서 포백 시스템을 주력으로 소화하고 있는 만큼, 대표팀에서도 포백을 서는 것이 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훨씬 편안했다는 것이다.

월드컵 무대에서 손발이 맞지 않는 스리백을 가동하다 수비 라인이 붕괴되며 참사를 겪었던 지난날을 떠올리면, "넓은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플레이하는 것 자체가 무척 재밌었다"는 핵심 수비수의 담담한 멘트는 이전 체제의 경직성을 향한 우회적인 비판이자, 새 감독의 유연함을 향한 찬사로 읽힌다.

실제로 모레노 감독은 수비진의 족쇄를 과감히 풀어줬다. 김민재와 이한범에게 빈 공간이 보이면 지체 없이 치고 올라갈 것과, 최우선 선택지로 과감한 전진 패스를 시도할 것을 적극적으로 주문했다.

이러한 전술적 자유도는 곧바로 그라운드에서 증명됐다. 후반 9분 터진 오현규의 환상적인 선제골은 다름 아닌 후방에서 공간을 보고 찔러준 김민재의 간결하고 날카로운 전진 패스에서 시작됐다. 수비에만 머물지 않고 공격의 시발점 역할까지 완벽하게 수행한 것이다.

여기에 후반 13분에 터진 손흥민의 추가골 상황에서는 팀의 끈끈해진 분위기도 엿보였다. 각도가 좁은 프리킥 상황에서 김민재가 장신 선수들을 이끌고 골문 쪽으로 밀고 들어가 상대 골키퍼의 시선을 흔든 뒤, 손흥민에게 직접 슈팅을 권유해 득점을 합작하는 영리한 플레이까지 선보였다.

작전 지시하는 모레노 임시 감독. 연합뉴스
작전 지시하는 모레노 임시 감독. 연합뉴스

전반전 0-0의 팽팽한 흐름 속에서도 좌우 풀백의 전진 위치를 조정하는 등 하프타임 라커룸에서 기민한 대처를 보여준 모레노 감독의 용병술도 빛을 발했다.

감독의 전술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것. 에콰도르전 3-0 완승은 억지스러운 전술적 고집(스리백)을 버리고, 선수들이 활짝 웃으며 뛸 수 있는 편안한 무대(포백)를 만들어준 모레노 감독의 영리한 '기본기'가 빚어낸 값진 결과물이다.

맞는 옷을 입고 잃어버렸던 자신감을 되찾은 태극전사들은 이제 오는 28일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 진짜 시험대에 오른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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