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땄다고 전성기? 천만에"...뼛속까지 냉정한 이현중, 한 농구 역대급 중흥기 오나
이현중, 29일 시작되는 포틀랜드 트레이닝 캠프 합류
"금메달 땄다고 이룬 건 없어,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
출국장 깜짝 방문한 日 소속팀 단장의 우승 반지 선물
[파이낸셜뉴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한국 농구가 전성시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12년 만의 금메달이라는 위대한 업적 앞에서도 그의 가슴은 이미 다음 목표를 향해 차갑게 식어 있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우승의 주역이자 국가대표 '에이스' 이현중이 다시 한번 꿈의 무대, 미국프로농구(NBA) 진입을 향한 험난한 도전에 나섰다.
이현중은 26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그는 최근 NBA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와 단기 계약을 맺었으며, 오는 29일부터 오리건주에서 시작되는 구단 트레이닝 캠프에 합류해 본격적인 생존 경쟁에 돌입한다.
이날 이현중의 출국 복장은 NBA의 전설 코비 브라이언트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였다. 끊임없는 노력과 집념의 상징인 '맘바 멘탈리티'를 가슴에 품은 그는 취재진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금메달을 땄다고 해서 이룬 건 없다. 밑에서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초심을 잃지 않고 NBA에 도전하겠다"고 비장한 각오를 전했다.
아시안게임 우승 직후 한국 농구의 부활을 알리는 찬사가 쏟아졌지만, 정작 에이스의 시선은 냉정했다. 이현중은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한국 농구가 전성기를 맞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 갈 길이 멀다"며 한국 농구를 향한 묵직한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 이어 후배들의 롤모델로 꼽히는 것에 대해서도 "기쁘지만 나보다 더 훌륭한 선수를 롤모델로 삼았으면 좋겠다"며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포틀랜드 캠프에서의 1차 목표는 명확하다. 바로 '생존'이다. 이현중은 "우선 미국에 오래 남는 것이 목표다. 트레이닝 캠프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투지를 불태웠다.
살인적인 일정도 그를 막을 순 없었다. 아시안게임 우승 직후 일시 귀국해 몸살을 앓기도 했던 그는 "한국에 있는 동안 가족, 친지들과 시간을 보내며 회복에 집중했다"면서도 "자주 공항을 오가다 보니 이제 이곳이 집처럼 느껴진다. 나는 쉬면 더 힘들다. 바쁜 일정이 오히려 감사하고 이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잘 알고 있다"며 웃어 보였다.
한편, 이날 출국장에는 이현중의 웅장한 도전을 응원하는 수많은 팬과 특별한 손님들이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시즌 일본프로농구(B.리그) 나가사키 벨카에서 뛰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던 이현중을 위해, 다쿠마 이토 나가사키 구단 단장이 직접 인천공항까지 찾아와 우승 반지를 전달하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다.
아울러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여자농구 은메달리스트인 어머니 성정아 대한민국농구협회 이사도 출국장에 나와 아들의 거침없는 미국행을 따뜻하게 격려했다. 아시아 정상을 밟고도 "이제 다시 밑바닥"이라며 몸을 낮춘 이현중. 코비의 정신을 입고 태평양을 건넌 에이스의 시선은 오직 NBA 코트만을 향해 있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