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에 조이스틱 좀 튕기셨군요" 막내가 39세… '불혹의 파이터들' 일본 안방서 금빛 K.O [항저우 AG]
1987년생이 팀 막내? 연제길-배재민-이광노 대전격투 대표팀, 한일전 결승서 5-2 완승
2-2 팽팽한 살얼음판 승부, 5세트 '철권8' 배재민의 시그니처 브라이언 폭발 승기 굳혀
동전 던지기로 시작된 피 말리는 수싸움… 항저우 김관우 잇는 K-오락실 세대의 위대한 '라스트 댄스'
[파이낸셜뉴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진부한 격언이 도코나메의 밤을 가장 완벽하게 수놓았다.
1987년생이 팀의 '막내'로 불리는 이 믿기 힘든 노장 군단이, 일본의 안방에서 펼쳐진 한일전 결승에서 안방 팀을 무참히 두들겨 패며 아시아 최강의 자리에 우뚝 섰다. 동네 오락실을 주름잡던 'K-아재'들의 찬란한 라스트 댄스가 나고야 하늘에 위대한 금빛 궤적을 그렸다.
연제길(kt롤스터·스트리트 파이터6), 배재민(키움 디알엑스·철권8), 이광노(더 킹 오브 파이터즈XV)로 구성된 대한민국 e스포츠 대전격투 국가대표팀은 26일 일본 아이치현 토코나메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홀에서 치러진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전격투 결승전에서 숙적 일본을 세트 스코어 5-2로 완파하고 감격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는 스트리트 파이터6, 철권8, 더 킹 오브 파이터즈XV(KOF XV) 세 가지 게임을 묶어 겨루는 독특한 팀전 방식으로 진행됐다. 직전 항저우 대회에서 김관우가 '스트리트 파이터5' 초대 챔피언에 오르며 40대 돌풍을 일으켰다면, 이번엔 그 바통을 이어받은 '불혹의 파이터' 3인방이 단체전 시상대 맨 위를 점령했다.
결승전답게 경기 초반은 숨 막히는 혈투였다. 룰에 따라 첫 종목을 동전 던지기로 정하고 패한 팀이 다음 종목을 선택하는 피 말리는 수싸움이 이어졌다. 한국은 'KOF XV'의 달인 이광노가 홀로 2승을 챙기며 고군분투했지만, 일본의 거센 반격에 4세트까지 2-2의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승부의 추가 요동친 건 운명의 5세트였다. 한국의 믿을맨, '철권8'의 배재민이 출격했다. 배재민은 자신의 시그니처 캐릭터인 '브라이언'을 꺼내 들어 일본 선수를 말 그대로 찢어발기며 단숨에 세트 스코어 3-2로 승부의 추를 기울였다. 흐름을 탄 한국은 자비가 없었다. 6세트 '스트리트 파이터6'에 출전한 막내 연제길이 폭발적인 콤보로 4번째 승리를 쟁취했고, 이어 7세트에서 다시 등판한 배재민이 완벽한 피날레를 장식하며 5-2 대역전극의 마침표를 찍었다.
조별리그 2전 전승부터 8강 대만전 3-0 완승, 4강 사우디아라비아전 3-1 제압에 이어 결승 한일전까지. '오락실 세대'의 자존심을 걸고 출전한 이들은 2026년 나고야에서 흠잡을 데 없는 '무패 우승'의 신화를 썼다.
이는 이번 대회 대한민국 선수단의 14번째 금메달이자, 그란 투리스모7(동메달)과 뿌요뿌요(은메달)의 아쉬움을 달래준 e스포츠 종목의 '첫 금빛 승전보'다. 게임은 어린아이들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보기 좋게 박살 낸 K-아재들의 화끈한 주먹이 일본 열도를 깊은 침묵에 빠뜨렸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