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수·박지현 없어도 日 압도… 韓 여자농구, 11명 투혼으로 빚어낸 12년 만의 金 [나고야 AG]
박지수·박지현 결장 악재 딛고 11명 엔트리로 이뤄낸 기적
홈팀 일본 75-70 격파하고 12년 만에 金
중국전 6연패·일본전 7연패 징크스 모조리 박살
스피드와 외곽포로 빚어낸 '위대한 승리'
농구서 금메달 3개째... 나고야 집어삼킨 韓 농구 역대급 '골드 러시'
[파이낸셜뉴스] 그야말로 만화 같은 기적이다. 절대 에이스 두 명이 빠졌고, 엔트리조차 다 채우지 못한 11명의 전사들이었다. 심지어 결승전 상대는 적장 한복판에서 만난 '숙적' 일본. 하지만 태극 낭자들의 투혼은 이 모든 악재를 비웃듯 나고야벌 가장 높은 곳에 태극기를 꽂아 넣었다.
박수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농구 대표팀이 26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개최국 일본을 75-70으로 격파하고 대망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한국 여자 농구는 금메달을 수확했던 2014년 인천 대회 이후 무려 12년 만에 아시아 정상 탈환에 성공했다. 통산 5번째 아시안게임 금메달이자, 앞서 시상대 맨 위에 선 남자 대표팀에 이은 12년 만의 남녀 동반 우승이라는 위대한 대업이다.
사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여자 대표팀을 향한 시선은 기대보다 우려가 컸다. 한국 농구의 절대적인 기둥인 박지수(KB)가 발목 수술 재활로 막판 합류가 무산됐고, WNBA(미국여자프로농구)에서 뛰는 박지현(로스앤젤레스 스파크스)마저 소속팀 일정으로 불참했기 때문이다. 차포를 모두 뗀 한국은 12명의 엔트리를 채우지 않고 11명으로만 대회를 치르는 초강수를 뒀다. 체력적 열세가 불 보듯 뻔한 벼랑 끝 승부수였다.
하지만 11명의 언더독은 오히려 하나로 똘똘 뭉치며 더 단단해졌다. 박수호 감독은 인원수를 채우는 대신 여름부터 끈끈하게 다져온 조직력을 믿었다. 허예은(KB), 강이슬(우리은행), 이해란(삼성생명), 이소희(BNK)를 필두로 한 한국은 빠른 트랜지션과 유기적인 패스, 그리고 불을 뿜는 외곽포를 비장의 무기로 장착했다.
조별리그부터 폭발한 한국의 화력은 파죽지세였다. 말레이시아(106-40), 몽골(88-61), 대만(73-59)을 차례로 연파하더니, 8강에서는 인도네시아를 101-59로 완파하며 상대를 유린했다.
백미는 토너먼트의 연이은 '도장 깨기'였다. 25일 준결승에서는 220cm의 거인 장쯔위가 버틴 중국을 상대로 질식 수비와 외곽포를 앞세워 맞대결 6연패의 사슬을 끊어냈다. 그리고 맞이한 대망의 결승전. 최근 일본전 7연패의 철저한 열세 속에서도, 적지라는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도 한국은 주눅 들지 않았다. 특유의 스피드와 기동력으로 일본을 몰아붙인 끝에 75-70의 짜릿한 승리를 쟁취했다.
이번 우승으로 한국 농구는 나고야에서 잊지 못할 '르네상스'를 맞이하게 됐다. 아시안게임 농구 종목에 걸린 4개의 금메달 중 무려 3개(남자 5대5, 남자 3대3, 여자 5대5)를 싹쓸이하는 기염을 토했다.
국제 경쟁력이 약화했다는 뼈아픈 비판을 받던 한국 농구가 남녀를 불문하고 완벽한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에이스의 공백도, 적지의 텃세도, 잔혹했던 징크스도 이들의 금빛 질주를 막을 순 없었다. 나고야 아레나에 울려 퍼진 애국가는 그 어떤 때보다 웅장하고 뜨거웠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