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고생 이제 끝났어요" 시상대서 펑펑 운 강준이... 일본 안방서 기적을 쐈다 [나고야 AG]
트릭 1·2차 시기 연속 0.00점 굴욕에 '오열'
관중석 어머니 바라본 뒤 3차 시기 92.40점 '대역전극'
심야버스로 양산~서울 오가던 '영재발굴단' 꼬마가 일군 인간 승리
스케이트보드 최강국 일본 싹쓸이 저지... 韓 사상 첫 금메달 쾌거
[파이낸셜뉴스] 얼굴을 옷으로 푹 덮어쓴 채 어깨를 들썩이며 오열했다. 자신이 그토록 수없이 연마했던 기술이 두 번 연속 실패로 돌아가며 전광판에 '0.00점'이 찍힌 순간, 17세 소년의 세상은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
하지만 절망의 늪에서 소년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다름 아닌 관중석에 앉아있던 '어머니'였다. 눈물을 닦고 구름판을 박차고 날아오른 소년은 기어코 일본의 심장부에서 대한민국 스케이트보드 사상 첫 금메달이라는 위대한 기적을 완성했다.
한국 스케이트보드의 '천재' 강준이(17·서울영등포고)가 27일 일본 아이치현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 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스케이트보드 남자 스트리트 결승에서 최종 합계 180.85점을 받아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케이트보드가 2018년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한국 선수가 남녀를 통틀어 금메달을 딴 것은 이번이 최초다.
이날 결승전은 한 편의 눈물겨운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코스를 누비는 '런(Run)' 1·3차 시기에서 80점대 후반의 고득점을 쓸어 담으며 전체 1위로 나선 강준이. 하지만 단일 고난도 기술을 구사하는 '트릭(Trick)' 세션에서 가혹한 시련이 찾아왔다.
강준이는 필살기인 '널리 270 힐플립 립슬라이드'를 시도했으나 1차와 2차 시기 모두 바닥에 나뒹굴며 연속 0.00점에 그쳤다. 두 번째 실패 직후 코트 밖으로 나온 강준이는 중압감과 서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펑펑 눈물을 쏟았다. 옷으로 얼굴을 가린 채 한참을 울던 그는 관중석을 올려다봤다. 그곳에는 항상 자신을 믿고 지지해 준 어머니가 애타는 눈빛으로 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준비했는데 이렇게 끝난다고? 안 돼."
마음을 다잡은 강준이는 피하지 않았다. 마지막 3차 시기, 앞서 두 번이나 자신을 넘어뜨린 그 기술에 다시 승부수를 던졌다. 보드 앞쪽을 차올라 공중에서 보드를 회전시키고 몸을 270도 비튼 뒤 난간을 타고 미끄러지는 최고난도 복합 기술. 결과는 '완벽한 착지'였다. 착지 직후 우승을 예감한 듯 포효한 강준이는 다시 눈물을 터뜨렸다. 이번엔 절망이 아닌 벅찬 환희의 눈물이었다. 심판진은 그에게 무려 92.40점이라는 초고득점을 부여하며 완벽한 대역전극의 방점을 찍어주었다.
시상대 맨 위에 올라서도 끊임없이 눈물을 훔친 17세 챔피언. 그의 금메달이 이토록 눈물겨운 이유는 그가 걸어온 가시밭길 때문이다. 경남 양산에서 자란 그는 훈련장이 없어 맨땅에서 보드를 탔다. 본격적인 선수의 길을 걷기 위해 매주 금요일 밤 심야버스를 타고 서울에 올라와 공원에서 연습한 뒤, 일요일 가장 늦은 버스를 타고 다시 양산으로 내려가는 혹독한 짐싸기를 수년간 이어왔다.
'영재발굴단'의 꼬마는 어느덧 세계 최고의 무대인 탬파암(Tampa Am)과 스트리트 리그 스케이트보딩(SLS)을 휩쓰는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했고, 마침내 아시안게임 종주국 일본의 텃밭에서 보란 듯이 금메달을 쟁취했다.
이틀 뒤면 만 18세 생일을 맞는 강준이는 "친구들에게 웃는 생일이 될지 우는 생일이 될지 모른다고 했는데, 다행히 웃는 생일이 됐다"며 활짝 웃었다.
심야버스의 피곤함을 참아내며 묵묵히 보드를 탔던 17세 소년의 시선은 이제 더 높은 곳, 2028년 LA 올림픽 시상대 맨 꼭대기를 정조준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