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재 방풍, 뼈 재생 촉진 효과 확인…"골다공증 치료 소재 가능성"
[파이낸셜뉴스] 뼈는 평생 헐고 다시 짓는 공사를 반복한다. 허무는 속도가 짓는 속도를 앞지르면 골다공증이 되고 부러진 뼈도 더디게 붙는다. 한약재 방풍(防風)이 이 두 과정에 동시에 작용해 뼈 재생을 돕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김현성 박사 연구팀은 방풍 추출물이 뼈 재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SCI(E)급 국제학술지 '첨단 생물학(Advanced Biology, IF=3.2)'에 게재했다고 28일 밝혔다.
방풍은 미나리과 식물로, 방풍나물과 혼동되기도 하지만 전혀 다른 식물이다. 예로부터 관절 통증과 염증을 다스리는 한약재로 쓰여왔으며, 허리디스크 등 근골격계 질환에 대표적으로 처방되는 '신바로'의 구성 약재(방풍·우슬·오가피·구척·대두황권·두충) 중 하나다.
뼈의 재형성(리모델링)은 오래된 뼈를 없애는 파골세포가 뼈를 분해하면, 새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가 빈자리를 채우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골절이 생기면 이 과정은 더 활발해진다.
그러나 노화나 폐경에 따른 호르몬 변화 등으로 파골세포에 의한 골흡수가 조골세포에 의한 골형성을 지속적으로 앞지르면 골다공증으로 이어져 골절 위험이 커진다. 골절 회복도 늦어지고, 뼈가 아문 뒤에도 강도가 충분하지 않아 재골절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현재 골다공증 치료에는 골흡수를 억제하는 '비스포스포네이트'와 골형성을 촉진하는 '부갑상선호르몬제제' 등이 쓰인다. 그러나 위장장애 등 부작용과 장기 사용 시 안전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부작용 부담이 적으면서 뼈 재생을 도울 수 있는 치료 소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연구팀은 기존 근골격계 치료에 활용돼 온 한약재 가운데 뼈 생성과 회복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재에 주목했다. 특히 신바로의 주요 구성 약재인 방풍을 대상으로 뼈 재생 과정에서의 효과와 작용 기전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먼저 실험쥐의 두개골에서 분리한 조골세포에 방풍 추출물을 농도별로 처리하고 세포의 성장과 뼈 형성 정도를 살폈다. 그 결과 방풍 추출물은 조골세포에 독성을 나타내지 않으면서 분화를 촉진했다. 뼈 형성 초기에 분비량이 늘어나는 효소인 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ALP)의 활성이 높아졌고, 뼈가 단단해지는 단계인 칼슘 침착도 함께 늘었다. 조골세포 분화를 조절하는 유전자(RUNX2)와 골기질을 구성하는 유전자(Col1a1)의 발현도 모두 증가했다.
동물실험에서도 효과가 확인됐다. 연구팀은 실험쥐의 대퇴골에 작은 구멍을 낸 뒤 방풍 추출물을 용량별로 1주일간 투여하고, 뼈 내부를 정밀 촬영하는 장비(micro-CT)로 손상 부위의 회복 정도를 살폈다. 그 결과 방풍 추출물 투여량이 많을수록 새로 형성된 뼈의 양(골부피)과 뼈의 촘촘한 정도(골밀도)가 증가했다. 파골세포의 활동 정도를 보여주는 'TRAP 양성세포'는 뚜렷하게 줄어든 반면, 골형성 지표인 '오스테오칼신(OCN)'의 발현은 늘었다. 허무는 쪽은 줄이고 짓는 쪽은 늘린 셈이다.
연구팀은 컴퓨터 분자결합 시뮬레이션으로 작용 기전도 살폈다. 방풍의 주요 성분이 파골세포 생성·활동에 관여하는 수용체 단백질(RANK), 조골세포 형성·활동에 관여하는 단백질(RUNX2)과 얼마나 안정적으로 결합하는지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방풍의 주요 성분인 '프림-오-글루코실시미퓨긴(prim-O-glucosylcimifugin)' 등이 RANK와 RUNX2 모두에 안정적으로 결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방풍이 골흡수와 골형성에 관여하는 분자 표적과 상호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앞선 세포·동물실험에서 확인된 골재생 효과의 작용 기전을 뒷받침한다. 골다공증은 뼈가 사라지는 속도가 만들어지는 속도보다 빨라지면서 생기는 만큼, 이러한 이중 작용은 골다공증 치료 소재로서의 활용 가능성도 시사한다.
김 박사는 "이번 연구는 그동안 항염증·면역조절 효능으로만 알려져 있던 한약재 방풍이 골형성과 골흡수를 동시에 조절해 골절 치유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향후 장기 관찰 연구를 통해 방풍과 이를 포함한 한약 처방의 골절 치료 근거를 더욱 구체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