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수주 반등의 착시…8월 실적 절반이 '계약 증액'
8월 28.5억달러 중 증액분만 47.2% 신규 일감 가뭄 속 실적 떠받친 증액 삼성·LG·현대차 등 생산시설 공사 실적 연간 목표 달성률 29.5%…중동 수주 급감 영향
[파이낸셜뉴스] 지난 8월 해외건설 수주액의 절반가량이 새 일감이 아닌 기존 계약 증액분으로 나타났다. 신규 대형 프로젝트가 부족한 가운데 국내 제조기업의 해외 공장 공사가 실적을 떠받쳤다.
28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28억5035만달러로 집계됐다. 7월 수주액 약 6억달러와 비교하면 한 달 만에 4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그러나 월간 실적을 구성한 주요 공사의 성격을 보면 신규 수주가 늘었다고 보기 어렵다. 협회가 공개한 1000만달러 이상 주요 공사 가운데 '증액'으로 표시된 금액을 합하면 13억4507만달러다. 8월 전체 수주액의 47.2%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는 공개된 주요 공사만을 기준으로 산출한 수치다. 확인 가능한 금액만으로도 8월 수주 실적의 절반 가까이가 기존 사업의 계약금액 조정에서 발생한 셈이다.
증액분의 대부분은 삼성E&A가 수행하는 베트남 삼성전기 SEMV2 프로젝트에서 나왔다. 삼성전기 베트남법인이 발주한 이 사업의 증액분은 9억5201만달러로, 8월 전체 수주액의 33.4%를 차지했다.
GS건설이 맡은 인도 LG전자 3공장 건설공사에서도 1억162만달러가 증액됐다. 대우건설의 나이지리아 카두나 정유시설 긴급보수 사업과 와리 정유시설 긴급보수 사업에는 각각 8511만달러와 5209만달러의 증액분이 반영됐다. 모잠비크 LNG 사업에서도 4400만달러가 늘었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 복합리조트 기초공사는 5409만달러, CJ대한통운의 헝가리 신기지 건설 프로젝트는 1968만달러가 각각 증액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인도에서 수행하는 현대자동차 푸네공장과 첸나이 센트럴캔틴 공사에도 증액분이 포함됐다.
국내 제조기업의 해외 생산기지 투자를 따라가는 동반 수주도 두드러졌다. 삼성전기 베트남법인과 LG전자 인도법인, 현대자동차 인도법인, LG에너지솔루션 중국법인, CJ제일제당 헝가리법인 등이 발주한 공사가 주요 수주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해외 현지 발주처가 추진하는 대형 인프라보다 국내 기업의 해외 설비투자에 연계된 공사가 수주 공백을 일부 메우는 모습이다.
올해 정부가 목표한 해외건설 수주금액은 500억달러다. 하지만 지난 1~8월 수주는 147억4000만달러로, 29.5% 수준에 그쳤다. 추세대로라면 최근 5년간 연간 평균 수주금액인 359억달러 달성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전통적인 수주 텃밭인 중동의 위축이다. 해외건설 수주 통계를 집계한 1966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수주액에서 중동이 차지한 비중은 48.9%에 달한다. 그러나 올해 1~8월 중동 수주액은 23억1000만달러로 전체의 15.7%에 그쳤다.
올해 중동 지역에서는 미국·이란 전쟁을 비롯한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주요 발주처의 투자 결정과 입찰 일정이 미뤄졌다. 대표적인 대기 사업으로는 약 20억달러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카푸지 가스 프로젝트와 40억달러 규모의 카타르 우레아 플랜트 등이 거론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상반기 수주가 예상됐다가 하반기로 미뤄진 대형 프로젝트들이 있어 추가 수주 가능성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발주처의 투자 결정과 계약 일정에 변수가 많아 실제 수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최가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