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매끄러운 주행·섬세한 제어로 잊힌 육중함, 레인지로버 스포츠 일렉트릭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英 현지서 레인지로버 스포츠 일렉트릭 시승
컴포트 모드선 부드럽게, 다이내믹 모드선 민첩
좁은 A320 항공기 동체도 섬세한 조작으로 통과
최고출력 550마력·최대토크 86.7㎏·m

영국 게이든 본사 내 시험장에서 에어버스 A320 항공기 동체를 통과하고 있는 레인지로버 스포츠 일렉트릭의 모습. 사진=JLR 제공
영국 게이든 본사 내 시험장에서 에어버스 A320 항공기 동체를 통과하고 있는 레인지로버 스포츠 일렉트릭의 모습. 사진=JLR 제공



【파이낸셜뉴스 게이든(영국)=김학재 기자】 일반 도로에선 고급 세단처럼 부드러웠다. 다이내믹 모드로 바꾸자 가속페달과 운전대의 반응이 한층 민첩해졌다. 좁은 항공기 동체 안에서는 육중한 차체를 조금씩 움직이다 원하는 지점에 세울 수 있었다. 레인지로버 스포츠 일렉트릭은 강한 힘보다 그 힘을 섬세하게 다루는 능력이 인상적인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였다.

지난 7월 18일(현지시간) 영국 게이든 JLR 본사 내 보안시설에서 레인지로버 스포츠 일렉트릭 시제품을 시승했다. 포장도로와 요철 구간을 지나 퇴역한 에어버스 A320 항공기 동체를 통과하는 코스였다.

출발 직후 컴포트 모드에선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과 레인지로버의 정제된 승차감이 두드러졌다. 매끈한 길이 끝나고 움푹 팬 노면이 이어져도 차체가 크게 출렁이지 않았다. 서스펜션이 충격을 걸러내고 차체 움직임을 빠르게 안정시키는 느낌이었다.

다이내믹 모드로 바꾼 뒤 가속페달을 밟자 차는 즉각 반응했고, 코너에선 대형 SUV 특유의 둔한 움직임이 적었다.

편안한 승차감에 기자가 "SUV가 맞느냐"고 묻자 동승한 인스트럭터는 "바로 그 점이 핵심"이라면서 "궁극의 럭셔리와 정제된 승차감, 뛰어난 주행 성능과 디자인, 역동성을 모두 갖추는 것이 이 차의 목표"라고 답했다.

성능도 '스포츠'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기모터 2개가 최고출력 550마력(PS), 최대토크 86.7㎏·m를 발휘한다. 다이내믹 론치 모드를 사용하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4.5초 만에 도달한다.

이번 시승의 하이라이트는 A320 항공기 동체 통과였다. 입구로 이어지는 경사로는 가팔랐고, 동체 안에서는 차체와 양쪽 벽 사이의 여유가 손바닥 한 뼘 정도로 불과했다. 경사로에 진입하기 전 암석을 오르는 '록 크롤' 모드를 선택한 뒤 차체 높이를 오프로드 1단계로 올렸다.

가속페달로 출발과 감속, 정차까지 제어하는 '싱글 페달(Single Pedal)' 기능은 좁은 공간에서 제 역할을 해냈다. 가속페달을 미세하게 조작하자 급격한 움직임 없이 차체를 조금씩 전진시키고 멈출 수 있었다.

차 내부 화면을 확인하며 운전대를 조금씩 돌리자 큰 차체가 동체 안으로 들어갔고 빠져나올 때에는 가속페달을 섬세하게 조작하면서 무난히 경사로를 내려올 수 있었다.

영국 게이든 본사 내 시험장에서 운행중인 레인지로버 스포츠 일렉트릭의 모습. 사진=JLR 제공
영국 게이든 본사 내 시험장에서 운행중인 레인지로버 스포츠 일렉트릭의 모습. 사진=JLR 제공

레인지로버 차량 엔지니어링 디렉터 매트 베커는 "강성을 높인 차체 구조와 낮은 무게중심, 정밀한 토크 제어와 첨단 섀시 기술을 결합했다"며 "실제 크기보다 작게 느껴질 만큼 민첩하면서도 편안함은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좁은 동체에서 체감한 것과도 궤를 같이 하는 설명이었다. 운전자의 작은 조작에 차는 예측 가능한 폭으로 반응했다.

118.5㎾h 배터리를 탑재한 이 차의 제조사 제시 주행거리는 유럽 WLTP 기준 최대 609㎞다. 최대 충전 속도가 나오는 조건에선 급속충전 10분으로 최대 220㎞의 주행거리를 추가할 수 있다.

레인지로버 매니징 디렉터 마틴 림퍼트는 "이 차는 전기차이기 전에 레인지로버 스포츠"라면서 "유기적으로 통합된 전기 추진 시스템 덕분에 새로운 차원의 반응성과 정밀함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스포티한 럭셔리 SUV에서 최고의 주행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실제 게이든에서 경험한 레인지로버 스포츠 일렉트릭은 JLR 측 설명처럼 조용하고 부드럽게 달리다가도 필요할 때 민첩하게 움직였고 좁은 길에선 놀랍게 섬세했다. 항공기 동체 안에서 보여준 세밀한 제어력은 전동화가 이 차의 '스포츠' 성격을 어떻게 살렸는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 장면이었다.

[email protected]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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