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뇌물 수사 시작되자 '현금 9000만원 차' 뺀 공무원... 대법 "증거은닉교사 무죄"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익산시청 전 회계과장, 압수수색 중 부하 시켜 승용차 빼돌려
2심 "자신이 한 증거은닉 범주에 속해"... 대법, 쌍방 상고 기각
200만원 뇌물은 1심 무죄→2심 유죄... 징역 2년·벌금 3000만원 확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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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자기 형사사건의 증거를 감추려고 남을 시켰더라도 그 행위가 스스로 증거를 숨긴 것과 다름없는 범주에 머문다면 증거은닉교사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3일 뇌물수수와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기소된 전북 익산시청 전 회계과장 A씨에게 징역 2년과 벌금 3000만원을 선고하고 1265만여원의 추징을 명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회계과에서 수의계약 업무를 맡으면서 청탁과 함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한 조합 이사장과 이사로부터 아홉 차례에 걸쳐 66만원 상당의 식사와 여섯 차례 99만원 상당의 골프 접대를 받았고, 한 회사 사내이사에게선 여덟 차례 800만원어치 상품권을, 다른 회사 대표이사에게선 현금 300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업체 대표 B씨에게서 받은 현금 200만원도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경찰이 뇌물 정황을 포착해 익산시청을 압수수색하자 A씨는 부하 직원에게 자신의 가족한테 연락하도록 시켜 승용차를 빼내게 했다. 차 안에는 현금 9140만원과 상품권 853만원어치가 들어 있었다.

쟁점은 자기 형사사건의 증거를 숨기려고 남을 움직인 행위를 방어권 남용으로 볼 수 있는지였다. 형법상 증거인멸·은닉죄는 타인의 형사사건 증거만 대상으로 삼지만, 대법원은 2000년 3월 자기 사건 증거라도 타인을 교사해 없애게 했다면 방어권 남용에 해당해 교사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1·2심 판단은 정반대로 갈렸다. 1심은 증거은닉교사를 유죄로, B씨에게 받은 200만원은 무죄로 보고 징역 1년과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200만원에 대해 "영득 의사를 갖고 뇌물을 받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유죄로 뒤집은 대신, 증거은닉교사는 "형사사법작용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했거나 그런 위험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A씨 자신이 한 증거은닉 행위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형량은 징역 2년으로 늘었다.
쌍방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두 판단을 모두 그대로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검사 상고에 대해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증거인멸교사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긴급체포가 위법해 압수물의 증거능력이 없다는 A씨 주장에 대해서도 "뇌물수수죄의 성립, 긴급체포 및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email protected]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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