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란 다야니 2차 ISDS 전부 승소…7700억원 배상청구 기각
[파이낸셜뉴스] 이란 최대 가전·석유화학 기업 엔텍합(Entekhab)의 창업주 일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7700억원 규모의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정부가 전부 승소했다. 다야니(Dayyani) 일가는 과거 1차 ISDS에서 받아낸 배상금 지급이 지연돼 추가 손해가 발생했다며 다시 중재를 제기했지만, 중재판정부는 한국 정부의 조치가 투자협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이란 국적의 다야니 일가 6명이 한국·이란 투자보장협정에 근거해 지난 2021년 10월 제기한 2차 ISDS 사건에서 중재판정부가 지난 28일 청구인 측의 주장을 전부 기각했다고 30일 밝혔다.
다야니 일가가 최종 청구한 배상액은 5억17만1697유로로, 선고일 기준 약 7700억원이다. 판정부는 이와 함께 다야니 일가가 한국 정부가 지출한 소송비용의 75%인 약 40억원과 중재행정비용 약 8억원도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이번 분쟁은 2010년 다야니 일가의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시도에서 시작됐다.
다야니 일가는 자회사 D&A를 통해 워크아웃 중이던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기 위해 계약보증금 약 578억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채권단은 엔텍합 측이 투자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고 보증금을 몰취했다.
이에 다야니 일가는 2015년 한국 정부를 상대로 1차 ISDS를 제기했고, 2018년 6월 약 730억원과 이자를 지급하라는 판정을 받아 승소했다. 정부가 영국 법원에 낸 판정 취소소송은 2019년 12월 최종 패소했다.
정부는 이후 배상금 지급 절차에 들어갔지만 미국의 대(對)이란 경제 제재가 문제가 됐다. 이란 국적자에게 외화를 지급하기 위해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승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2년 1월 OFAC 승인을 받은 뒤 같은 해 4월 전체 배상금 약 858억원 가운데 약 622억원을 다야니 측에 지급했다.
나머지 약 236억원은 국내 법원의 압류·추심명령에 따라 공탁됐다. 위니아전자(옛 대우일렉트로닉스)가 레자 다야니를 상대로 낸 물품대금 소송과 관련해 법원이 해당 배상금 채권에 대해 가압류 및 압류·추심명령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다야니 일가는 배상금 지급이 지연되는 동안 해당 자금을 다른 곳에 투자해 얻을 수 있었던 수익을 잃었다고 주장하며 2021년 10월 2차 ISDS를 제기했다.
당초 주장한 손해액은 약 1조2600억원이었으나 중재 절차 과정에서 약 7700억원으로 줄였다. 2차 ISDS의 핵심 쟁점은 한국 정부가 1차 판정에 따른 배상금 지급 과정에서 다야니 측을 부당하게 차별했는지 여부였다.
다야니 측은 한국 정부가 자신들이 이란 국적이라는 이유로 OFAC 승인을 요구해 지급을 지연했고, 1차 판정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하거나 국내 법원의 압류·추심명령에 따라 일부 금액을 공탁한 것도 한·이란 투자협정상 '공정·공평대우 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정부는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를 고려해 한국 정부가 OFAC 승인을 받은 것은 합리적인 조치로, 이란 투자자를 부당하게 차별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부가 1차 ISDS 판정에 대해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한 것 역시 국제중재 절차상 허용된 권리 행사라고 봤다. 국내 법원의 압류·추심명령에 따라 배상금 일부를 공탁한 조치도 자의적이거나 부당한 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야니 측이 주장한 '자유로운 송금 보장 의무' 위반도 인정하지 않았다.
판정부는 "투자협정상 자유송금 조항은 투자자가 자신의 투자자산을 해외로 송금하는 것을 국가가 부당하게 제한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일 뿐, 정부가 중재판정에 따른 배상금을 외화로 직접 지급하는 상황에까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1차 중재판정 이행이 늦어진 것 자체를 근거로 새로운 ISDS를 제기할 수 있다"는 다야니 측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판정부는 "기존 중재판정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투자자는 해당 판정을 집행할 국가의 법원에서 강제집행 절차를 밟을 수 있다"며 "이를 이유로 다시 ISDS를 제기해 새로운 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투자협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판정부는 1차 ISDS 배상금이 기존 계약보증금에 기초한 '투자의 연장'에 해당한다며 이번 사건에 대한 중재판정부의 관할권 자체는 인정했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위해 국제투자분쟁대응단을 중심으로 관계 부처와 공동 대응했다. 정부 측 대리는 국내 법무법인 피터앤김과 미국계 로펌 아놀드앤포터(Arnold & Porter)가 맡았다.
법무부 측은 "향후 가능한 후속 절차에 대응하고 소송비용 환수 절차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유선준 최은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