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가 늘었다면…들리긴 하는데 못 알아듣는 병
[파이낸셜뉴스] "소리는 들리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노인성 난청 환자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소리를 알아채는 능력보다 단어를 구분하는 능력이 먼저 떨어지기 때문이다.
노인성 난청은 나이가 들면서 소리를 감지하고 전달하는 내이의 달팽이관과 청신경 등이 퇴행해 소리 감지 능력과 단어 구분 능력이 서서히 떨어지는 질환이다. 노년기에 생기는 난청 가운데 가장 흔하다.
대개 양쪽 귀에서 동시에, 천천히 진행돼 초기에는 본인이 알아채기 어렵다. 난청이 진행되면 상대의 말을 여러 번 되묻거나 시끄러운 곳에서 대화를 따라가기 힘들어진다. 심해지면 대화 자체를 피하게 되고 이는 사회적 고립과 우울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때 가족의 역할이 중요하다. 난청은 본인보다 함께 사는 가족이 먼저 알아채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상대를 배려하는 문화 탓에 "잘 안 들리시냐"고 묻는 것을 실례로 여겨 진단이 늦어지고,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이 적지 않다. TV 볼륨이 점점 커지거나 "뭐라고?"라고 되묻는 일이 잦아졌다면 미루지 말고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난청이 의심되면 병력 청취와 신체검사, 정확한 청력검사가 먼저다. 이비인후과에서는 귀 상태를 살핀 뒤 순음청력검사, 어음청력검사, 청성뇌간반응검사, CT 등으로 청력 저하의 정도와 유형을 평가한다.
특히 한쪽 귀가 갑자기 잘 들리지 않거나 이명, 어지럼증, 귀가 꽉 찬 느낌(이충만감)이 함께 나타난다면 단순 노인성 난청으로 여기지 말고 최대한 빨리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이런 급성 난청은 감각기관이나 신경 손상으로 생기는 경우가 많아 빠른 약물·재활 치료가 회복에 도움이 된다.
치료는 난청 정도와 생활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가벼우면 정기적으로 경과를 지켜보고, 일상에 불편을 느낄 정도라면 보청기를 고려한다. 청력 손실이 심하거나 보청기로 충분한 도움을 받기 어렵다면 인공와우 등 다른 청각재활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 자신의 청력 상태에 맞는 방법을 전문의와 상의해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인성 난청은 완치보다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다. 평소 이어폰 볼륨을 적절히 조절하고 소음이 심한 곳에서는 귀마개를 쓰는 등 청력을 보호하는 습관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치규 순천향대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노인성 난청은 자연스러운 노화로 여겨 방치하기 쉽지만, 청력 저하를 오래 두면 뇌로 가는 청각 자극이 줄어 인지기능 저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대화 중 되묻는 일이 잦아지거나 소리에 둔감해졌다고 느낀다면 지체하지 말고 청력검사로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고, 적절한 시기에 보청기 등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