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회 버무리다 만진 양념통, 식중독균 '양방향 저장소' 됐다
이화여대 김선애 교수팀, 육회 조리 중 교차오염 경로 정량 규명… 냉장에서도 35일 이상 균 생존
[파이낸셜뉴스] 육회를 만들 때 무심코 잡는 양념통이 식중독균을 주고받는 '균 저장소'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칼이나 도마 같은 조리도구 중심의 기존 위생 관리에 사각지대가 존재함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이화여자대학교 식품생명공학과 김선애 교수팀은 30일 육회 조리 과정에서 오염된 장갑이나 손을 통해 양념통으로 병원성 대장균이 옮겨가고, 이 균이 다시 식재료로 되돌아오는 교차오염 경로를 정량적으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실험 결과, 육회를 만진 손으로 양념통을 잡았을 때 균이 옮겨가는 비율은 최고 15.5%에 달했다. 이는 육회를 만지지 않고 균만 묻은 손으로 양념통을 만졌을 때(1.1~4.7%)보다 최대 10배 이상 높은 수치다. 육회 특유의 수분과 기름기가 세균 이동을 돕는 매개체 역할을 한 탓이다.
특히 양념통은 균을 흡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염된 양념통을 다시 만진 손을 통해 육회로 균을 방출하는 '양방향 저장소'로 작용했다. 양념통 표면에 묻은 병원성 대장균은 냉장 보관 환경에서도 35일이 지난 시점까지 살아남아 장기적인 식중독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생고기 위생 관리는 칼과 도마 등 1차 조리도구에 집중되어 왔으나, 조리자의 손과 양념통 사이의 교차오염은 상대적으로 간과되어 왔다.
김선애 교수는 "위생 사각지대였던 양념통이 병원성 대장균의 실질적 전파 통로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조리 단계별 장갑 교체와 양념통의 정기적 소독 등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위생 지침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교수의 이번 논문은 '양념통의 병원성 대장균 저장소 역할: 육회 조리 과정에서의 교차오염 양상'이라는 주제로 식품 분야의 국제 저명 학술지인 '푸드 리서치 인터내셔널(Food Research International)' 12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며, 최근 출판에 앞서 온라인으로 먼저 공개됐다.
[email protected] 김만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