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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과 치매 사이, '회색지대'부터 관리해야 [Weekend 헬스]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최호진 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교수

최호진 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교수
최호진 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교수

[파이낸셜뉴스] 치매 전 단계로 불리는 경도인지장애(MCI)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치매역학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경도인지장애 유병률은 28.42%로, 2016년(22.25%)보다 6.17%포인트 높아졌다. 노인 10명 중 3명꼴이다.

최호진 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교수는 1일 "치매 진료의 중심이 '발병한 치매를 관리하는 것'에서 '치매 전 단계부터 원인을 확인하고 진행을 늦추는 것'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환자 증가 배경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먼저 고령 인구가 늘면서 치매와 경도인지장애가 생길 수 있는 연령층 자체가 커졌다. 둘째, 치매안심센터 등 지역사회 검진이 확대되고 인식이 높아지면서 기억력 저하 초기에 검사를 받는 사람이 많아졌다. 과거라면 발견되지 않았을 환자들이 더 일찍 의료체계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셈이다. 셋째는 치료 환경의 변화다. 그는 "예전에는 경도인지장애로 진단해도 생활습관 관리와 추적관찰 외에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그레이존'이었다"며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처럼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경도인지장애 단계부터 쓸 수 있는 치료제가 나오고 혈액 바이오마커 등 진단 수단도 늘면서 원인 진단과 조기 치료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검사는 정상인데 본인은 안다"

경도인지장애는 단순 건망증과 구분하기 쉽지 않다. 과거에는 힌트를 주면 떠올리는지가 유용한 기준이었다. 단순 노화에서는 힌트를 주면 기억해내지만, 알츠하이머병 같은 병적 기억장애에서는 정보 저장 자체가 안 돼 힌트를 줘도 떠올리지 못한다. 그러나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는 이 경계가 흐려진다.

최 교수는 "검사 당일 컨디션이나 수면, 우울·불안, 복용 약물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해 한 번의 검사로 정상 노화와 경도인지장애를 명확히 가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증상의 지속성과 시간에 따른 변화다. 비슷한 기억 문제가 3~6개월 이상 반복되는지, 같은 질문을 되풀이하거나 약속·일정·물건 관리에서 전에 없던 실수가 나타나는지를 봐야 한다. 가족이 느끼는 변화도 중요한 정보다. 최 교수는 특히 "본인이 먼저 안다"고 강조했다. 평소 인지기능이 뛰어났던 사람은 검사에서 정상 범위가 나와도 실제로는 의미 있는 저하가 진행 중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평생 복잡한 암산을 척척 해내던 80대 회계법인 대표가 골프 점수 계산 같은 두 자릿수 암산이 잘 안 된다며 병원을 찾았고, 1년 반 뒤 치매 진단을 받았다. 최 교수는 "당시엔 나빠진 뒤에야 약을 썼지만, 지금이라면 그 시점에 원인을 확인하고 치료를 검토할 수 있다"며 "경도인지장애를 '가장 중요한 개입의 창(window of opportunity)'"이라고 규정했다.

옵션 줄면 치료 공백·환자 이탈 우려

문제는 현재 경도인지장애 치료 선택지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레카네맙은 아밀로이드 병리가 확인된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대상이고 MRI 모니터링과 ARIA(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 같은 이상반응도 고려해야 해 일부 환자에게만 쓸 수 있다. 외래 환자 중에는 뇌혈관질환이나 여러 위험요인이 섞여 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따라서 경도인지장애에 치료 근거가 밝혀진 약물은 콜린알포세레이트와 은행잎 제제뿐이다.

그는 기존 옵션이 줄어들 경우 대체 약제가 마땅치 않은 환자의 치료 공백, 환자와 의료체계 간 연결 약화, 검증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 등으로의 이동을 우려했다. 최 교수는 "약물치료는 처방 그 자체만이 아니라 정기 방문으로 인지 변화를 확인하고 위험인자를 관리하며, 필요하면 알츠하이머병을 조기에 찾아내는 과정"이라며 "'병원에 가도 해줄 게 없다'며 이탈하면 치료가 필요한 시점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환자를 꾸준히 추적하는 것 자체가 치료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어 "효과가 불분명한 약을 무조건 유지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선택지가 제한적인 영역에서 기존 옵션을 줄이는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경도인지장애에 사용하는 약물인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임상재평가 결과가 나왔다. 퇴행성 경도인지장애(MCI)와 혈관성 경도인지장애(VCI) 환자 각 426명을 대상으로 48주간 진행한 이번 임상은 전체 환자 대상 1차 유효성 평가에서 사전에 설정한 통계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다만 임상시험 계획과 복약 기준을 충실히 지킨 환자군(PPS)에서는 인지기능이 유지·개선된 비율이 위약군보다 유의하게 높았고, 24주보다 48주에서 두 군 간 차이가 더 벌어졌다.

최 교수는 "'효과가 있다, 없다'로 이분법적으로 해석하기보다 질환의 특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경도인지장애는 수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하는데, 치료 기간이 길수록 차이가 커졌다는 것은 충분한 치료 기간과 장기 추적이 중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그는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연구팀의 대규모 코호트 연구도 중요한 해석 자료로 꼽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로 2013~2016년 새로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50만8107명을 분석한 결과, 콜린알포세레이트 사용군은 비사용군보다 알츠하이머 치매 전환 위험이 약 10%, 혈관성 치매 전환 위험이 약 17% 낮았다. 최 교수는 "관찰연구여서 치매 예방 효과를 인과적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50만명이 넘는 국내 환자에서 일관된 연관성이 관찰된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실제진료 근거"라고 평가했다.

"알츠하이머 치료, 조기 관리의 시대로"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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