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는데 욕이 안 나온다?" 한국전 패배에 쏟아진 中 대륙의 기묘한 '기립박수' [나고야 AG]
28년 만의 4강·40년 만의 한국전 득점… 결승 좌절에도 中 축구계 '박수갈채'
中 축구협회 "결승행 실패했지만 이 팀은 더 많은 박수 받을 자격 있다"
"가슴 펴고 떠나라" 격려… 비난 대신 '아시아 강호와 대등했다'며 희망 노래
[파이낸셜뉴스] 한국 축구에 패배하면 거센 비난과 탄식이 쏟아지던 중국 대륙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결승 문턱에서 한국에 1-2로 역전패하며 짐을 쌌지만, 비판보다는 "가슴을 펴라"는 격려와 뜨거운 박수가 쏟아지고 있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지난 30일 일본 오사카 나가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전에서 중국을 2-1로 꺾었다. 전반 23분 왕위둥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이영준의 동점골과 배준호의 역전골이 터지며 승부를 뒤집었다.
이로써 중국의 28년 만의 아시안게임 결승 진출 도전은 물거품이 됐다. 하지만 경기 후 중국 내 반응은 과거 '공한증(恐韓症)'에 분노하던 모습과 180도 달랐다.
중국축구협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에 패해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이 중국 대표팀은 더 많은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며 이례적인 찬사를 보냈다. 패배를 질책하기보다, 1-2라는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범위였으며 오히려 팬들에게 오랜만에 '희망과 기대'를 안겨준 점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선수단 안팎의 분위기도 고무적이다. 중국 국가대표 공격수 장위닝은 후배들을 향해 "오늘 모두가 가슴을 펴고 경기장을 떠나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아시아 강팀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증명했다"고 치켜세웠다. 적장 안토니오 감독조차 "선수들은 고개를 들고 경기장을 떠날 수 있다"며 질책 대신 자부심을 드러냈다.
경기 중반 중국 축구 전문 매체 '즈보바(直播吧)'를 통해 전해진 현지 축구계 인사들의 실시간 반응에서도 호평이 줄을 이었다. 중국이 1-0으로 앞선 전반전에는 "정말 잘한다", "한국을 조급하게 만들었다"며 대등한 승부를 펼친 자국 대표팀의 경기 운영 능력을 칭찬했다.
이처럼 패배에도 긍정적인 여론이 주를 이루는 배경에는 중국 축구가 이번 대회에서 남긴 굵직한 발자취가 있다. 중국은 무실점 조별리그 통과에 이어 8강에서 태국을 3-0으로 완파하며 1998년 방콕 대회 이후 무려 28년 만에 4강 고지를 밟았다. 무엇보다 전반전에 터진 왕위둥의 득점은 1986년 이후 약 40년 만에 터진 아시안게임 한국전 득점이었다.
비록 1-2 역전패로 28년 만의 결승행과 아시안게임 한국전 첫 승리의 꿈은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그러나 40년 동안 굳게 닫혀있던 한국의 골문을 열어젖히고 마지막까지 치열한 한 골 차 승부를 벌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중국 축구계는 고개 숙이는 대신 내일의 희망을 외치고 있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