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이 없었어요" 벼랑 끝에서 내민 손이 은메달로 돌아왔다… 장세윤과 KH그룹의 운명적 서사 [나고야 AG]
랭킹 10위 일본 천적을 안방서 제압한 '랭킹 41위' 장세윤의 대반란
"갈 곳 없던 나를 믿고 뽑아준 KH그룹에 감사"
16초 한판승 퍼레이드 뒤에 숨겨진 뜨거운 눈물
감독부터 코치, 경기 임원까지 국가대표 싹쓸이
韓 유도 심장으로 거듭난 '필룩스 군단'
[파이낸셜뉴스] "대학 4학년 때, 불러주는 팀이 없어서 정말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때 저를 믿고 뽑아주신 분들께 금메달로 보답하고 싶었는데…."
매트 위에서는 거침없이 상대를 메치던 강심장도 믹스트존에서는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실업팀의 지명을 받지 못해 은퇴 기로에 섰던 '미운 오리 새끼'가 4년 뒤 아시아 무대에서 가장 빛나는 은빛 백조로 비상했다. 대한민국 여자 유도 52kg급의 장세윤(KH필룩스)이 그 주인공이다.
장세윤은 30일 일본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52㎏급에서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비록 결승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의 시타 카담보에바에게 아쉽게 패했지만, 결승에 오르기까지 장세윤이 보여준 여정은 한 편의 완벽한 드라마였다.
시작부터 화끈했다. 16강에서 키르기스스탄의 사비라 코좀베르디예바를 시작종이 울린 지 단 16초 만에 허벅다리걸기 한판으로 제압했다. 기세를 몰아 8강에서도 중국의 쉬 아오위를 한판으로 눕히며 거침없이 4강에 안착했다.
백미는 단연 준결승 한일전이었다. 상대는 '유도 종주국' 일본의 세계랭킹 10위 후지시로 코코로. 세계랭킹 41위인 장세윤은 그동안 후지시로와 세 번 맞붙어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철저한 열세(3전 3패)였다. 그러나 장세윤은 일방적인 일본 홈 관중의 응원 속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연장 피 말리는 접전 끝에 극적인 반칙승을 거두며 지독했던 '천적 징크스'를 통쾌하게 박살 냈다.
이날 장세윤의 은메달 쾌거 이면에는 국내 유일의 사기업 유도단인 KH그룹 필룩스유도단의 전폭적인 헌신이 자리하고 있다. 갈 곳 없던 장세윤의 손을 잡아준 배상윤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가 이번 아시안게임 은메달이라는 값진 결실로 이어졌다.
특히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필룩스유도단은 단일 실업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국가대표팀 곳곳에 핵심 인력을 포진시켰다. 필룩스유도단의 최원 단장이 경기 임원으로 대회 운영을 총괄했고, 황희태 감독은 남자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나섰다. 김성연 코치 역시 여자 국가대표팀 트레이너로 합류해 선수들의 컨디션을 전담했다. 선수 육성부터 지도자 배출까지, 명실상부 대한민국 유도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이다.
장세윤은 경기 후 "입단 후 오직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신 회장님과 KH그룹 임직원 여러분의 응원이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됐다"며 거듭 감사를 표했다.
최원 필룩스유도단 단장 역시 "오랜 시간 묵묵히 훈련해 온 장세윤이 결실을 맺어 자랑스럽다.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지원해 주신 회장님께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우리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아시안게임을 화려하게 수놓은 KH그룹 필룩스유도단의 거침없는 도전은 계속된다. 다가오는 10월에는 남자 +100kg급 국가대표 이승엽이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세계유도선수권대회에 출격해 또 한 번의 메달 사냥에 나선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