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자재 관세 인하' 파격 내밀자… 셈법 복잡해진 정부 [트럼프, 韓 대미투자 발표]
알래스카 LNG 지원책 밝힌 美
낮은 상업성에 반세기 넘게 표류
연방정부 관여로 인허가 리스크↓
韓에 LNG 우선 접근권 등 제시
대미투자 한도 우려 속 손익 신중
미국 정부가 막대한 건설비와 인허가·인력 리스크로 반세기 넘게 표류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 한국이 5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미국은 사업 추진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했지만 한국 정부는 투자 여부는 물론 규모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연방정부 직접 관여와 기자재 관세 인하, 경제성 있는 장기 LNG 구매계약 등 지원책까지 제시한 만큼 정부는 달라진 조건을 토대로 사업성을 다시 따져본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1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프로젝트 노스'를 통해 알래스카 LNG 사업의 상업적 합리성 검토에 착수하기로 했다. 다만 상업적 합리성과 국내 법적 요건 충족을 전제로 한 것으로 실제 투자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팩트시트에 나온 것이 알래스카와 합의한 내용의 전부"라며 미국 측의 발표가 한미 간 합의보다 더 나갔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미국 측이 제시하는 사업비 역시 670억달러에서 540억달러, 500억달러 수준으로 계속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우리 정부가 투자 결정에 선을 긋는 것은 사업의 경제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래스카 LNG는 북부 노스슬로프에서 남부 니키스키까지 약 1300㎞의 가스관과 액화시설을 건설해야 한다. 혹한의 기후와 인력 부족, 인허가 지연에 따른 사업비 증가와 자금조달 등이 주요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내에서도 사업의 상업성에는 오랫동안 의문이 제기돼왔다. 엑손모빌과 BP, 코노코필립스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경제성 문제 등으로 사업에서 철수했고 한국 정부 역시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다고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미국이 사업조건을 바꾸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정부는 경제성을 다시 따져보기로 했다. 미국은 연방정부가 직접 관여해 인허가·인력 리스크를 낮추고, 관련 기자재 관세 인하와 한국 기업 참여 지원, 경제성 있는 장기 LNG 구매계약, 한국의 우선 접근권 등을 제시했다. 특히 기자재 관세 인하는 다른 대미 전략투자 프로젝트에는 적용되지 않는 알래스카 LNG만의 지원책이다.
투자 규모도 향후 사업성 검토 과정에서 결정된다. 엔시날 가스복합발전 223억달러와 원전 프로젝트 최대 1200억달러에 알래스카 LNG까지 당초 거론된 670억달러를 더하면 대미 전략투자 한도인 2000억달러를 넘어선다. 김 장관은 미국 측이 제시하는 사업비가 계속 달라지고 있는 만큼 현 단계에서 투자 규모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알래스카 LNG가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면 LNG 도입선 다변화에 따른 에너지안보 강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미국이 제시한 지원책과 LNG 가격·장기 구매조건 등을 반영했을 때 원리금 회수가 가능한 수준의 사업성이 확보되느냐가 투자 여부를 가를 전망이다.
김 장관은 "미국과 우리의 이해관계는 다르다"며 "이 프로젝트에 대한 기준은 단 하나다. 상업적 합리성에 따라 판단하고, 그게 안되면 프로젝트를 추진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박지영 이석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