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메치기, 12초면 충분했다" 허미미, 亞 무대 좁게 느껴지는 압도적 쇼타임 [나고야 AG]
결승전 시작 단 12초 만에 번개 같은 업어치기 유효
몽골 에이스 압도하며 韓 유도 첫 金
16강·8강 한판승 이어 결승까지 빈틈없는 경기 운영
할머니 유언 지킨 허석 선생 5대손, 나고야 하늘에 애국가 울렸다
[파이낸셜뉴스] 시작을 알리는 심판의 수신호가 떨어지기 무섭게 거침없이 깃을 틀어쥐었고, 단 12초 만에 상대를 매트에 꽂아버렸다. 파리 올림픽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눈물을 삼켜야 했던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5대손 허미미(경북체육회)가 일본 나고야의 한복판에서 기어코 가장 빛나는 금메달을 조국에 안겼다.
허미미는 1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57㎏급 결승에서 아리운자야 테르비시(몽골)를 상대로 업어치기 유효승을 거두며 정상에 올랐다. 이번 대회 대한민국 유도 선수단에서 나온 값진 첫 금메달이다.
승부는 눈 깜짝할 새 갈렸다. 허미미는 결승전 시작 단 12초 만에 주특기인 업어치기를 시도해 깔끔하게 유효를 따내며 완벽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일찌감치 포인트를 올린 허미미는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 뒤 그라운드 기술로 상대를 집요하게 압박하며 흐름을 내주지 않았다.
경기 중반 이후 리드를 지키기 위해 수비에 집중하던 허미미는 종료 1분 10여 초를 남기고 지도 1개를 받았으나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노련함이 빛났다. 경기 종료 20여 초 전 기습적인 업어치기를 다시 시도한 뒤 곧바로 누르기로 굳히기에 들어가며 영리하게 남은 시간을 흘려보냈고, 그대로 완벽한 금빛 승리를 확정 지었다.
아시아 무대에는 허미미의 적수가 없었다. 결승에 앞서 치른 16강에서 조마리하트 라파엘(필리핀), 8강에서 타오위잉(중국)을 연달아 시원한 한판으로 눕혔고, 준결승에서는 슈쿠르존 아미노바(우즈베키스탄)를 반칙승으로 꺾으며 체력 소모 없이 결승 무대에 올랐다.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출신 허미미의 이번 우승은 그 서사만으로도 진한 감동을 남긴다. 그는 "한국 국가대표로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할머니의 유언을 받들어 2021년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일제강점기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5대손임이 알려져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생애 처음으로 출전한 지난 2024 파리 올림픽 결승에서 크리스티 데구치(캐나다)에게 억울한 지도 판정패를 당해 은메달에 머물렀던 허미미. 하지만 자신의 첫 아시안게임 무대이자, 할머니와의 약속이 깃든 일본 땅에서 기어코 태극기를 가장 높은 곳에 올리며 진정한 세계 최강의 반열에 우뚝 섰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