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하이닉스 16조 던졌는데"…외국인들이 몰래 쓸어 담은 '이것'의 정체 [머니 시그널]
외국인, 9월 한 달간 삼성전자·SK하이닉스 16조 4000억 원 매도
정작 K-반도체 ETF 3종에는 1000억 원 뭉칫돈
대장주에서 '소부장'으로 시선 이동
지수 리밸런싱 등 기계적 매매 변수도 존재
10월 수급이 하반기 향방 가를 '진짜 신호'
[파이낸셜뉴스] 외국인이 한국 반도체를 매몰차게 떠나고 있는 것일까.
적어도 지난 9월 한 달간 한국 증시의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급 전광판만 보면 그렇게 생각할 만하다. 하지만 시선을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으로 돌리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두 대장주를 무섭게 팔아치우던 외국인들이 정작 국내 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을 묶어놓은 ETF에는 1000억 원이 넘는 뭉칫돈을 밀어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4조 8713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SK하이닉스는 이보다 훨씬 거센 11조 5808억 원을 팔아치웠다. 두 종목을 합친 순매도 규모만 무려 16조 4521억 원에 달한다. 월말까지도 자비는 없었다. 9월의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30일, 외국인의 코스피 전체 순매도액 약 72%가 이 두 종목(삼성전자 8667억 원, SK하이닉스 6085억 원)에 집중됐다.
하지만 ETF 시장에서는 정반대의 수급 흐름이 포착됐다. ETF CHECK 집계 결과, 9월 30일 정규장 마감 기준 최근 한 달간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ETF 가운데 국내 반도체 ETF가 3개나 포함됐다.
외국인은 'TIGER 반도체TOP10'을 641억 원어치 순매수하며 전체 ETF 중 외국인 순매수 2위로 끌어올렸다.
이어 'ACE K반도체TOP2+'(268억 원), 'HANARO Fn K-반도체'(175억 원)에도 자금이 유입됐다. 세 상품을 합치면 1084억 원이다. 수익률 역시 TIGER 반도체TOP10이 9.77%, ACE K반도체TOP2+ 9.25%, HANARO Fn K-반도체 8.81%를 기록하며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시장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대목은 이들 ETF의 '구성 종목'이다. 해당 ETF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담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한미반도체, 주성엔지니어링, 이수페타시스, 원익IPS, DB하이텍, 리노공업 등 이른바 국내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을 두루 편입하고 있다.
외국인이 메모리 반도체 대장주는 거침없이 비워내면서도, 장비와 부품 등 산업 전반에 투자하는 상품은 사들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통상 반도체 업황 회복 초기에는 대형주가 먼저 달리고, 이후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본격화되면 소부장 기업들의 수혜가 뒤따른다는 점을 고려한 전략적 이동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 1000억 원의 매수세를 온전히 'K-소부장의 장밋빛 전망'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여기에는 기계적인 수급 요인도 섞여 있다. 9월에는 KRX 섹터지수 정기변경에 따른 반도체 ETF 리밸런싱이 있었다. 당시 지수 내 비중 상한 규정으로 인해 대형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대규모 매물이 출회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16조 원이라는 압도적인 현물 매도 규모와 1000억 원대 ETF 매수 규모를 1대1로 단순 비교하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반도체 대장주가 역사적인 매도 폭격을 맞는 와중에 K-반도체 ETF가 외국인 순매수 상위권에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 자체는 뚜렷한 시장의 '시그널'이다.
결국 진짜 승부는 10월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향한 외국인의 '묻지마 매도'가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지, 그리고 ETF와 소부장으로 향하는 스마트머니의 유입이 일시적 차익거래를 넘어 구조적인 추세로 자리 잡을지가 올 하반기 반도체 투자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돈이 움직이기 전, 신호는 먼저 나타난다. [머니 시그널]이 시장 속 숫자 뒤에 숨은 자금의 움직임을 짚어본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