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릴로 구멍 뚫고 너트 조이고… 현대차 '아틀라스' 손의 진화
4개 손가락·13자유도
드릴·너트 조작도 척척
양산·정비까지 고려
[파이낸셜뉴스]휴머노이드 로봇 경쟁이 걷고 뛰는 단계를 넘어 '손'으로 옮겨붙었다.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사람 손과 비슷한 크기에 13개 자유도를 갖춘 차세대 로봇 핸드를 공개했다. 드릴로 나무에 구멍을 뚫고 손끝으로 너트를 조이는 수준까지 조작 능력을 끌어올리면서 제조 현장 투입을 위한 아틀라스의 진화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1일(현지시간) 4개 손가락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로봇 핸드와 이를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작업 영상을 공개했다.
새로운 로봇 핸드의 핵심은 13자유도(DOF)다. 이전 세대의 7자유도에서 조작 범위를 대폭 확장했다. 엄지손가락에는 4개 자유도를 적용하고 나머지 세 손가락에는 각각 3개 자유도를 넣었다. 물체를 집는 데 그치지 않고 손 안에서 위치와 방향을 바꾸는 정밀 조작까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영상 속 아틀라스는 드릴 비트를 집어 전동 드릴에 장착한 뒤 손잡이를 쥐고 버튼을 눌러 나무에 직접 구멍을 뚫었다. 단순히 공구를 들어 올리는 수준을 넘어 손가락별 힘과 위치를 달리 제어하면서 실제 공구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작은 너트를 손가락 끝으로 돌려 볼트에 체결하는 작업도 수행했다. 드럼 스틱을 손 안에서 회전시키고 골프공 두 개를 동시에 움직이는 장면도 공개했다. 크기와 표면 마찰이 서로 다른 물체에 맞춰 파지력과 손가락 움직임을 실시간 조절하는 기술을 보여주기 위한 시연이다.
사람 손과 비슷한 크기로 만든 것도 산업 현장 적용을 염두에 둔 설계다. 휴머노이드 전용 공구를 새로 만들지 않고 사람이 사용하는 드릴이나 각종 작업 도구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산업 현장의 반복적인 충격과 작업 환경을 견딜 수 있는 강도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사람과 달리 손가락이 5개가 아니라 4개라는 점이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손가락을 하나 추가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조작 성능보다 설계 복잡도와 전력 소비, 부품 수 증가에 따른 비용과 정비 부담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아틀라스 행동 조작 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알베르토 로드리게즈는 "엄지손가락을 몇 개 둘지부터 새끼손가락이 필요한지까지 다양한 디자인을 검토했다"며 "시뮬레이션과 3D 프린팅 목업뿐 아니라 개발진이 직접 새끼손가락을 고정한 상태로 하루 동안 생활해 보는 실험까지 거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추가적인 자유도와 복잡성을 감수하면서까지 새끼손가락을 넣을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차세대 로봇 핸드에는 촉각 기능도 강화됐다. 손끝과 손바닥에 압력 기반 촉각 센서를 촘촘하게 배치해 물체와 접촉할 때 생기는 작은 힘의 변화까지 감지하도록 했다. 물체를 집었는지 여부뿐 아니라 어느 부위에 어느 정도 힘이 가해지고 있는지를 파악해 정교한 제어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차세대 핸드 개발 과정에서 가상환경에서 로봇을 먼저 학습시킨 뒤 실제 로봇에 적용하는 '심투리얼(Sim-to-Real)' 기술도 활용했다. 모터의 힘과 마찰, 물체 모양, 외부 충격 등 다양한 조건을 시뮬레이션하고 강화학습을 통해 실제 작업 환경에서도 대응할 수 있도록 조작 능력을 학습시키고 있다.
개발 방향은 연구용 시제품을 넘어 양산까지 겨냥하고 있다. 구조를 단순화하고 주요 부품을 모듈화해 고장 발생 시 수리를 쉽게 하는 동시에 대규모 생산에 적합하도록 설계했다. 로봇 핸드 자체를 하나의 소형 로봇에 가까운 시스템으로 보고 성능뿐 아니라 비용과 내구성, 정비성을 함께 맞추겠다는 전략이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최근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내 '로보틱스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RMAC)'도 열었다. RMAC에서는 실제 현대차그룹 제조 환경을 모사해 아틀라스가 작업 데이터를 수집하고 학습하는 실증 작업이 진행된다. 차세대 로봇 핸드까지 더해지면서 아틀라스의 제조 현장 투입을 위한 학습 범위도 단순 이동에서 정밀 조립과 공구 사용 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email protected] 김동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