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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유례없는 일"...사형 약물 두 번 맞고도 코 골며 병원 실려간 사형수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크리스타 파이크. AFP=연합뉴스
크리스타 파이크. 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 테네시주에서 여성 사형수에게 치명적인 독극물 주사를 두 차례나 연속 투여했음에도 숨지지 않아 형 집행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유례없는 집행 실패에 주 정부는 올해 예정된 사형 집행을 전면 보류하고 외부 기관을 통한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1일(현지시간) AP통신과 영국 가디언,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테네시주 교정 당국은 지난달 30일 내슈빌 교도소에서 사형수 크리스타 게일 파이크(50)에게 사형 집행 약물인 펜토바르비탈을 두 차례 주입했으나 끝내 형을 집행하지 못했다. 강력한 중추신경계 억제제인 펜토바르비탈은 고용량 투여 시 사망에 이르게 하는 약물이다.

현장을 참관한 기자들에 따르면 파이크는 약물이 투여된 뒤에도 의식을 잃지 않았으며 교도관에게 팔에 느껴지는 감각에 대해 묻거나 영적 조언자와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약 1시간 뒤 이뤄진 2차 투여 이후에도 사망하지 않았고, 참관석 커튼이 닫힌 뒤에도 거친 숨소리와 코를 고는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왔다. 결국 당국은 집행을 중단하고 파이크를 구급차에 실어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했다.

미국 사형정보센터(DPIC) 측은 "과거 정맥 혈관을 찾지 못해 사형이 중단된 사례는 7건 있었지만, 실제 독극물을 투약받고도 사형수가 살아남은 것은 미국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테네시주 현행 규정은 1차 약물 투여 후 숨지지 않을 경우 2차 투여를 하도록 명시하고 있으나, 2차 투여 후에도 생존할 경우에 대한 대응 지침은 마련돼 있지 않다.

파이크의 변호인단은 즉각 테네시주 대법원과 연방법원에 집행 중단 긴급 신청서를 제출했다. 변호인단은 "수감자에게 불필요하고 극심한 고통을 가하는 과정으로 변질됐다"며 잔혹하고 비정상적인 형벌을 금지한 미국 수정헌법 제8조를 위반했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반면 테네시주 교정국은 "법무장관실이 승인한 주 법률과 절차를 엄격히 준수했으며 사용된 약물도 효능이 검증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빌 리 테네시 주지사는 외부 독립 기관에 포괄적인 진상 조사를 의뢰하는 한편, 올해 남은 모든 사형 집행 일정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테네시주는 지난 5월에도 의료진이 사형수의 정맥을 1시간 넘게 찾지 못해 집행이 취소된 바 있어 사형 시스템의 허점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한편 파이크는 18세이던 1995년 질투 등을 이유로 동급생(당시 19세)을 숲으로 유인해 고문·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이듬해 사형을 선고받았다. 예정대로 집행됐다면 파이크는 테네시주에서 약 200년 만에 처형되는 첫 여성 사형수로 기록될 예정이었다. 범행 당시 17세였던 공범 남자친구는 미성년자 사형 금지 법에 따라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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