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판부터 실격이라고요?" 19점 벌점 안고도 금메달 따버린 37세 요트 황제 [나고야 AG]
예선 1차전 '진로 방해' 실격 충격
'지우개 찬스' 날리고도 1위로 결승행
37세 전설의 4번째 아시안게임 金
[파이낸셜뉴스]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벼랑 끝. 시작부터 19점이라는 치명적인 벌점을 떠안고 가장 든든한 '생명줄'마저 허무하게 끊어졌지만, 37세 베테랑의 멘탈은 바다보다 깊고 단단했다. 대한민국 요트의 '살아있는 전설' 하지민(해운대구청)이 첫 경기 실격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기적처럼 뚫고 기어코 자신의 개인 통산 4번째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민은 2일 일본 아이치현 가마고리 가이요 요트 항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요트 남자 딩기 결승 레이스에서 최종 9점을 기록, 홍콩의 니컬러스 베지 홀리데이(11점)를 2점 차로 따돌리고 짜릿한 우승을 차지했다.
금메달로 향하는 뱃길은 그 어느 때보다 험난했다. 예선 성격인 오프닝 시리즈 1차 레이스를 3위로 통과했지만, 상대 선수의 진로를 방해했다는 항의가 뒤늦게 받아들여져 뼈아픈 '실격(19점 벌점)' 처리를 당했다. 요트 종목은 총 9번의 예선 레이스 중 가장 성적이 나쁜 1개 경기의 벌점을 합산에서 제외할 수 있는 이른바 '지우개 찬스'가 있다. 그러나 하지민은 첫 경기부터 이 유일한 구명조끼를 소진해버렸다. 남은 8번의 레이스에서 단 한 번의 조작 실수나 자연의 변수도 온전히 자신의 벌점으로 떠안아야 하는 가시밭길이 열린 셈이다.
하지만 아시아 일인자의 진가는 위기에서 더욱 찬란하게 빛났다. 하지민은 흔들림 없이 물살을 갈랐고, 이어진 레이스에서 무려 세 차례나 1위를 기록하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경쟁자들을 차례로 침몰시키며 예선을 1위로 마쳤다.
예선 1위 프리미엄 덕분에 벌점 '0점'으로 홀가분하게 결승 시리즈를 출발한 하지민은 마지막 레이스에서 더 이상의 이변을 허락하지 않았다. 예선 벌점 7점을 안고 매섭게 추격해 온 2위 홍콩의 홀리데이를 2점 차로 아슬아슬하게 뿌리치며 정상을 굳게 지켰다. 동메달은 14점을 기록한 말레이시아의 카이룰니잠 모흐드 아펜디에게 돌아갔다.
이번 금메달은 하지민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3연패 위업을 달성했던 그는 직전 2022 항저우 대회에서 뼈아픈 불운을 겪었다. 역전이 걸린 마지막 12차 '메달 레이스'를 앞두고 항해할 만큼의 바람이 불지 않아 경기가 통째로 취소되는 바람에 눈앞에서 4연패를 놓치고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자연의 변덕 앞에 눈물을 삼켰던 서른일곱의 노장은, 나고야 앞바다에서 불어닥친 '실격'이라는 인위적인 위기마저 완벽하게 실력으로 짓누르며 자신이 왜 아시아 요트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지 전 세계에 완벽하게 증명해 냈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