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풍경, 전주서 기억으로… 이미성 8번째 개인전
6~11일 전주 교동미술관서 전시
비단·장지 겹쳐 산·숲의 기억 표현
반복된 선과 여백으로 시간 감각 포착
제주 밖서 신작 풍경 작품 선보여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의 오름과 숲, 눈 쌓인 들과 바람·빛의 기억이 전북 전주에서 한국화의 풍경으로 펼쳐진다. 한국화가 이미성이 오는 6일부터 11일까지 전주 교동미술관에서 제8회 개인전 '기억이 머무는 풍경'을 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제주에서 마주한 자연을 눈앞에 보이는 모습 그대로 옮기기보다 시간이 흐른 뒤 기억 속에 남은 풍경으로 다시 구성한 신작을 선보이는 자리다.
전시 장소는 전북 전주시 완산구 경기전길 교동미술관 본관 2전시실이다.
이미성의 작업은 비단과 장지를 겹치고 화면에 수많은 선을 반복해 쌓는 방식에서 출발한다. 반투명한 비단 뒤로 선과 형상이 포개지면서 가까이에서는 작은 흔적으로 보이던 선들이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산의 능선과 숲, 바람과 물결의 형상으로 바뀐다.
풍경의 윤곽도 선명하게 고정되지 않는다. 산과 숲의 형상이 화면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가 안개 속으로 스며들 듯 다시 희미해진다. 작가는 이런 과정을 통해 현실에서 본 풍경과 시간이 흐른 뒤 남은 기억 사이의 거리를 표현한다.
넓게 비워둔 여백도 작품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다. 화면을 가득 채우기보다 비워둔 공간 안에 지나간 시간과 감정을 머물게 한다. 형태를 또렷하게 규정하지 않을수록 관람자가 자신의 기억을 작품 안에 겹쳐볼 수 있는 공간도 넓어진다.
이미성 작가는 작업노트에서 "눈앞의 풍경을 그대로 옮기기보다는 시간이 지난 뒤 내 안에 남아 있는 모습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주의 오름과 숲, 눈 쌓인 들과 하늘의 지평선에 대해 특정 장소를 그대로 묘사한 풍경이라기보다 어린 시절의 기억과 현재의 감정이 겹치며 만들어진 마음속 풍경이라고 밝혔다.
출품작 '기억의 풍경+α' 연작에서도 이런 작업방식이 드러난다.
회색과 옅은 먹빛의 화면 사이로 산과 숲의 윤곽이 희미하게 나타나고, 넓은 여백이 풍경과 맞닿는다. 가까이에서는 촘촘하게 반복된 선이 먼저 보이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능선과 나무의 형태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작품에 사용한 비단과 장지는 전통 한국화의 재료지만 표현 방식은 기억과 시간이라는 개인적 경험에 맞춰 확장했다. 소재는 제주 자연에서 가져오면서도 구체적인 장소를 설명하기보다 관람자가 자신의 기억을 투영할 수 있는 풍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전시는 제주를 중심으로 작품활동과 개인전을 이어온 작가가 전주에서 자신의 최근 작업을 선보인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이미성은 제주대학교 미술학과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같은 대학 일반대학원 미술학과에서 한국화를 공부했다. 제주와 서울 등에서 개인전을 열어왔으며 한국미술협회 제주특별자치도지회와 제주지역 미술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2011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제주 문예회관과 갤러리, 설문대여성문화센터, 이중섭미술관 등을 비롯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도 작품을 선보였다. 올해 교동미술관 전시는 여덟 번째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서 제주라는 구체적인 장소는 비단과 장지 위에서 희미한 산과 숲, 선과 여백으로 바뀐다. 작가가 기억한 제주 풍경이 전주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관람객 각자의 기억과 만나는 방식이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