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불법 감청 앱 팔고 녹음파일 서버까지 관리... 대법 "방조 아닌 공동정범"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바람난 남편' 광고에 흥신소 연계... 통화 11만9713건 몰래 녹음
2심 "순차적·암묵적 공모, 기능적 행위지배 인정"... 징역 7년 확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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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감청 기능을 갖춘 휴대전화 감시 앱을 팔고 녹음 파일이 쌓이는 서버까지 관리했다면 구매자가 저지른 불법 녹음에 방조가 아닌 공동정범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단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달 10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휴대전화 감시 앱 판매업체 운영자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7년과 자격정지 5년을 선고하고 19억7400만원의 추징을 명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9년 1월께부터 이 업체의 실질적 운영자로 고객 상담과 판매대금 정산 등 업무를 총괄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앱은 구매자가 자신의 휴대전화에 '부모용', 감시 대상자의 휴대전화에 '자녀용'을 각각 설치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설치되면 아이콘이 숨겨져 감시 대상자는 앱이 돌아가는 사실을 알기 어려웠고, 통화 녹음과 GPS 위치, 문자메시지가 업체 서버로 자동 전송돼 구매자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업체는 '바람난 남편' 같은 키워드로 광고하고 흥신소를 통해 회원을 모았으며 이용료는 1개월 50만원, 6개월 280만원을 받았다.

검찰은 A씨가 앱 구매자들과 공모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통화 11만9713건을 녹음하고, 6008명이 앱을 내려받게 해 악성프로그램을 유포했으며, 감시 대상자 980명의 개인위치정보를 동의 없이 수집·제공하면서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하지 않고 위치기반서비스사업을 해 33억9600여만원을 챙겼다고 봤다.

쟁점은 앱을 만들어 판 사람이 구매자의 불법 녹음에 공동정범으로 처벌되는지, 아니면 방조범에 그치는지였다. A씨는 항소심에서 녹음은 구매자들이 한 것이고 자신은 앱을 팔았을 뿐이라며 공동정범 성립을 다퉜고, 검찰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방조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다.

1심인 부산지법은 지난해 12월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인정했고, 2심인 부산고법도 올해 5월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앱 구매자들과 순차적, 암묵적 공모관계가 인정되고, 그에 터잡은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 역시 인정된다"며 "단순한 방조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앱이 통화 상대방 동의 없는 녹음을 전제로 설계된 점, 광고에서 감청 기능을 강조하고 상담 과정에서 몰래 설치하는 방법을 안내한 점, 별도 서버에 녹음 파일을 자동 저장해 수시로 들을 수 있게 한 점이 근거가 됐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동정범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녹음 대상이 통신비밀보호법상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빠졌다는 주장은 "상고심에 이르러 비로소 주장하는 것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email protected]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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