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엔 크레페를 680엔에" 식비에 지친 日, '마감 할인 앱' 뜬다
투굿투고 일본 진출 후 이용자 60만 명
식비 비중 44년 만에 최고…절약 소비 확산
편의점·호텔은 버릴 음식 팔아 신규 고객 확보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좋아하는 가게가 상품을 올리면 바로 예약해요."
일본 가나가와현 히라쓰카시의 크레페 가게 '우다우다 카페'. 한 여성 고객이 정상가로 1600엔(약 1만3680원) 상당인 크레페 모둠을 680엔(약 5814원)에 받아 들었다. 식품 폐기 감축 앱 '투굿투고(Too Good To Go·TGTG)'로 미리 주문한 상품이다. 매장은 버릴 뻔한 음식을 팔고, 소비자는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간식을 즐긴다.
고물가로 식비 부담이 커진 일본에서 판매하고 남을 음식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앱이 인기를 끌고 있다. 환경보호에 동참한다는 명분에 실질적인 절약 효과가 더해지면서 이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덴마크에서 시작한 투굿투고는 올해 1월 일본에 진출한 이후 이용자 약 60만 명을 확보했다. 회사 측은 당초 계획을 웃도는 증가 속도라고 설명했다. 참여 매장도 도쿄를 중심으로 약 700곳까지 늘었다. 로손과 크리스피크림도넛재팬, 유명 베이커리 '불 앙주'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용자는 앱에서 매장을 선택해 예약·결제한 뒤 지정된 시간에 상품을 받는다. 가격은 원칙적으로 정상가의 절반 이하다. 어떤 음식이 들어 있는지는 수령할 때까지 알 수 없어 '깜짝 꾸러미'를 받는 재미도 있다.
인기의 배경에는 커지는 식비 부담이 있다. 일본 총무성 가계조사에 따르면 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인 엥겔계수는 지난해 28.6%로, 1981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기업들이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반영하는 가운데 수입 원재료와 에너지 가격 부담까지 이어진 결과다.
도쿄에 사는 40대 직장인 야스이 료이치 씨는 2주에 한 번 정도 직장 근처 편의점에서 투굿투고로 빵을 구매한다. 그는 "가족이 먹을 빵을 더 저렴하게 살 수 없을까 찾다가 앱을 알게 됐다"며 "전적으로 가격에 끌려 이용한다"고 말했다.
투굿투고도 일본에서는 환경보호보다 실속을 앞세웠다. 유럽에서 구매 완료 시 표시하는 "당신은 영웅"이라는 문구를 일본판에는 넣지 않았다. 대신 절약한 금액과 줄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나란히 보여준다. 저렴하게 쇼핑한 뒤 자연스럽게 환경보호 효과를 느끼도록 한 것이다.
매장에는 폐기 예정 상품을 수익으로 바꾸고 새로운 고객을 확보할 기회다. 우다우다 카페의 우다가와 아야카 대표는 "멀리서 새로운 고객이 찾아오기 시작했고, 상품을 올리면 반드시 매진된다"고 말했다.
JR동일본 계열 편의점 '뉴데이즈'는 160개 매장이 투굿투고에 참여한다. 지난 8월 폐기 예정이던 빵 약 8만5000개 중 약 1만4000개를 앱으로 판매했다.
매장 운영에도 변화가 생겼다. 기존에는 폐기 손실을 줄이려고 저녁부터 진열량을 줄였지만, 남은 상품을 앱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되면서 폐점 무렵까지 진열량을 유지하기 쉬워졌다. 폐기 손실과 함께 재고 부족으로 판매 기회를 놓치는 문제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의 식품 폐기 감축 앱 '타베테'도 7월 기준 등록 이용자가 약 132만 명으로, 최근 1년 9개월간 32만 명 증가했다. 정상가의 절반 이하를 원칙으로 하는 투굿투고와 달리 매장이 판매가격을 정한다.
호텔들은 조식 뷔페에서 남은 음식으로 반찬과 도시락을 만들어 판매한다. 베셀호텔개발은 반찬을 100엔(약 855원)부터, 도시락을 300~500엔(약 2565~4275원)에 제공한다. 미쓰이부동산호텔매니지먼트도 약 14개 호텔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운영하며 "매번 몇 분 만에 매진된다"고 밝혔다.
일본의 식비 상승에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식량 공급 구조도 자리 잡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2025회계연도 열량 기준 식량자급률은 37%로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 식품과 원재료 가격이 올라 국내 식품 가격에도 부담을 준다.
일본 내각부 분석에 따르면 식료품 제조 과정에서 직접 사용하는 수입품 비중은 2000년 10.0%에서 2020년 14.2%로 높아졌다. 환율 변동이 약 1년의 시차를 두고 신선식품과 쌀을 제외한 식료품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경향도 나타났다.
일본 정부는 내년 4월부터 2년간 식료품 소비세율을 8%에서 1%로 낮출 계획이다. 다만 정부 내부에서도 가계 부담을 덜 수는 있어도 식품 가격 상승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시각이 나온다.
이처럼 식비 부담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할인 앱을 찾는 수요는 커지고 있지만 참여 매장 확대는 과제로 남아 있다. 식품이 남는다는 사실을 공개하거나 할인 판매를 하면 브랜드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타베테 운영사 코크킹의 가와고에 가즈마 사장은 "식품 폐기가 발생한다는 사실 자체를 알리고 싶지 않아 도입을 거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의 2024회계연도 식품 폐기량은 461만t,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3조8000억엔(약 32조4900억원)으로 추산된다. 소비자는 식비를 아끼고 매장은 폐기 손실을 줄일 여지가 크다. 늘어나는 절약 수요를 지속적인 이용으로 연결하려면 집과 직장 근처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참여 매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