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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정자원 화재 잊었나'...경찰 25개 정보시스템 중 20개 재해복구 미구축

김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A1·A2 등급 6개 중 4개 재해복구(DR) 갖추지 못해
경찰, 3년 내 구축 목표…전담인력 배치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경찰의 중요 정보시스템 25개 가운데 20개가 화재나 대규모 장애에 대비한 별도의 재해복구(DR)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민원과 실종경보 문자 송출 등 국민 생활·안전과 밀접한 시스템도 다수 포함돼 재난 상황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향후 3년 내 DR 구축을 목표로 연차별 계획을 마련하고 전담인력 배치 등 보완 작업에 착수했다.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요도 A1~A3 등급 정보시스템 25개 가운데 20개는 DR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다. 지난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등을 계기로 정부가 올해 정보시스템 재해복구 기준을 마련했지만 경찰의 주요 정보시스템 상당수는 아직 별도의 DR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셈이다.

특히 중요도가 높은 A1·A2 등급 시스템은 6개 가운데 4개가 DR 미구축 상태다. A1 등급인 교통경찰업무관리시스템과 A2 등급인 도시교통정보센터,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분석대응시스템, 총포화약안전관리시스템이 해당한다. A3 등급에서도 실종경보 문자 송출시스템을 비롯해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사이버범죄신고시스템(ECRM), 수배차량검색시스템 등이 DR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

주요 시스템 80% DR 없어…구축 시점도 불투명
미구축 사유로는 예산 문제가 두드러졌다. 교통경찰업무관리시스템은 DR 구축 예산을 신청했지만 반영되지 않았으며 수배차량검색시스템과 수사지원 포털(KIAS), 지리적프로파일링시스템(GeoPros), 지문 및 범죄경력관리시스템(FCMS) 등도 관련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시스템은 중요도 등급 상향이나 차세대 시스템 구축 등과 맞물려 DR 구축 시점이 뒤로 잡혔다.

DR시스템 구축 시점이 불투명하거나 장기화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도시교통정보센터와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분석대응시스템, 총포화약안전관리시스템 등은 DR 구축·조치 시점을 '예산 확보 시' 등으로 제시했다. 실종경보 문자 송출시스템도 3개년에 걸친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마친 뒤 별도로 예산 확보를 추진할 계획이다. 사이버범죄신고시스템은 2027년 12월, 사이버수사포털시스템은 2028년 8월,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은 2029년 12월을 DR 구축 시점으로 잡았다. 교통경찰업무관리시스템은 2027~2029년 차세대 시스템(TCS)을 구축한 뒤 2030년 12월까지 DR 구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DR시스템 구축 전까지 발생할 수 있는 행정·치안 서비스의 공백이다. 대규모 전산 장애가 발생하면 운전경력증명서 발급 등 교통민원부터 실시간 교통정보 제공, 보이스피싱 정보 분석·대응, 실종경보 문자 발송까지 국민 생활과 안전에 밀접한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 교통경찰업무관리시스템의 경우 소프트웨어(SW)·하드웨어(HW) 결함 등에 따른 장애는 8시간 이내 복구가 예상되지만 화재 등 재난이 발생하면 복구에 수일 이상이 걸릴 수 있다. 실종경보 문자 송출시스템 역시 재해 발생 시 백업자료 복구에 약 2시간이 소요되며 복구 이후 문자 송출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치안 서비스 관건은 연속성…"DR 선제 투자 필요"
전문가들은 DR이 재난이나 사이버 공격에도 치안 서비스를 이어가기 위한 필수 안전 인프라인 만큼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DR은 화재나 정전뿐 아니라 랜섬웨어나 대규모 사이버 공격 때에도 본 시스템을 대신해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는 핵심 안전장치"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시스템인 만큼 중요도를 다시 평가해 시스템을 이중화하거나 DR을 우선적으로 구축하고, 실제 전환 훈련까지 정례화하는 내부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DR 구축에는 예산 확보와 기반시설 마련, 데이터 복제 등에 긴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구축 전 단계의 대응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할 전망이다. 112 신고·출동이나 수사·범죄정보 등 국민 안전과 직결된 시스템을 우선해 백업과 대체 서버를 마련하고, 장애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경찰 업무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복구 우선순위와 수기·무전 등 비상절차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임호선 의원은 "경찰청을 비롯한 정부기관은 화재 등 재난에도 업무를 이어갈 수 있도록 재해복구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전산 장애가 치안 업무 공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구축 일정을 구체화하고, 구축 전까지의 대체수단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DR 구축 수준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고 대응에 나선 상태다. 최근 '경찰청 정보시스템 재해·재난 대응 업무 추진 계획'을 수립하고 향후 3년 내 필요한 DR시스템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연차별 계획을 마련했다. DR시스템 구축에는 약 1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으며 전담인력 3명도 배치했다. 올해 관련 예산 확보를 추진했지만 반영되지 않아 내년도 정부안 반영을 다시 추진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DR 구축 전까지 별도 저장장치에 데이터를 백업해 한 달에 한 차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광주센터에 보관하는 방식의 오프라인 소산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재난 상황에 대비한 훈련과 업무연속성 계획 수립도 병행할 방침이다.

[email protected]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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