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잘 끝났는데 신장이 왜?…수술 후 신장 손상 AI가 알려준다[헬스체크]
[파이낸셜뉴스] 수술은 잘 끝났는데 신장이 갑자기 나빠지는 '급성 신장 손상'을 수술 전에 미리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수술 전 통상적으로 확인하는 정보 8가지만으로 위험 환자를 가려내는 인공지능(AI) 모델이 개발되서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 이주한·신장내과 김형우·의대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유승찬·김선지 교수팀은 전신마취 수술 환자 데이터를 분석해 수술 전 8가지 정보만으로 수술 후 급성 신장 손상 위험을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국제외과학회지(International Journal of Surgery)'에 실렸다.
급성 신장 손상은 수술 후 신장 기능이 갑자기 떨어지는 합병증이다. 발생하면 사망 위험이 커지고 입원 기간이 길어질 뿐 아니라 장기적인 신장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수술 전에 위험 환자를 선별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개발된 예측 모델은 대부분 수술 중이나 수술 후에 얻는 정보가 필요하거나 심장 수술 등 특정 수술 환자만을 대상으로 했다. 이 때문에 수술 전 단계에서 다양한 수술 환자의 위험도를 파악해 진료에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2006~2022년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전신마취로 1시간 이상 수술을 받은 성인 환자 18만4560명의 데이터로 AI 모델을 구축했다. 수술 전·중·후 정보를 모두 활용한 모델과 수술 전 정보만 쓴 모델의 성능을 비교한 뒤, 예측에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 수술 전 정보 8가지만 이용하는 '간소화 모델'을 만들었다.
간소화 모델에는 수술 전 신장 기능, 전신 상태, 영양·빈혈 상태 등 8가지 임상 정보와 검사 결과가 쓰였다. 모두 수술 전 통상적으로 확인하는 정보라 위험 예측을 위해 특수검사를 추가할 필요가 없다.
연구팀이 다른 병원 성인 환자 5만2480명을 대상으로 외부 검증을 한 결과, 간소화 모델의 예측 성능(AUROC)은 모든 단계의 급성 신장 손상에서 0.809, 중등도 이상(2~3단계)에서 0.908을 기록했다. AUROC는 위험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를 얼마나 잘 구분하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1에 가까울수록 성능이 우수하다.
수술 중·후 정보까지 모두 사용한 복잡한 모델의 AUROC가 각각 0.845와 0.932였던 점을 고려하면, 수술 전 정보 8가지만으로도 이에 근접한 성능을 낸 셈이다. 모델이 예측한 위험도와 실제 급성 신장 손상 발생률도 높은 일치도를 보였다.
연구팀은 진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예측 위험도가 20%를 넘으면 고위험군, 5~20%는 중간위험군, 5% 미만은 저위험군으로 나누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를 통해 고위험 환자를 수술 전에 선별하고, 수술 전후 혈압과 수액 상태를 면밀히 관리하거나 신장에 부담을 주는 약물을 피하는 등 예방적 관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주한 교수는 "AI 예측 모델은 진료 현장에서 쉽게 쓸 수 있으면서도 충분한 예측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에 개발한 모델이 고위험 환자 선별과 관리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승찬 교수는 "향후 전자의무기록과 연동해 수술 전 단계에서 환자의 급성 신장 손상 위험도가 자동으로 제시되도록 하고, 이러한 위험도 기반 관리가 실제 합병증 감소로 이어지는지 전향적 연구로 검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세브란스병원 연구중심병원 Clinical Excellence 연구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