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전은 포기했다" 키옥시아 빚투 개미, 연말 만기에 떤다
신용매수 평가손실 약 4110억원
연말부터 만기…반등 때마다 매물
기관은 장기 성장 보고 저가 매수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본전은 포기했습니다. 손실을 500만엔(약 4255만원)으로 줄이고 빠져나올 수만 있어도 다행입니다."
일본 도쿄에 사는 40대 개인 투자자는 반도체업체 키옥시아 주식에서 약 1100만엔(약 9361만원)의 평가손실을 보고 있다. 지난 6월 신용거래로 산 주식의 만기는 12월이다.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추가로 사들였지만 평균 매입가는 여전히 현재 주가를 크게 웃돈다.
일본 증시 상승을 이끌던 키옥시아가 '빚투' 매물에 발목을 잡혔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른 실적 기대는 높지만 고점에 물린 투자자들이 반등 때마다 주식을 팔면서 주가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 장기 성장을 보고 저가 매수에 나서는 기관과 만기에 쫓기는 개인의 처지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키옥시아 주가는 전날 1만9120엔(약 16만2711원)으로 마감했다. 주식분할을 반영한 6월 말 사상 최고가 3만7566엔(약 31만9687원)보다 약 49% 떨어졌다. 같은 날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장중 석 달 만에 7만 선을 다시 넘어섰지만 키옥시아는 고점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주가를 짓누르는 것은 급등기에 쌓인 신용매수 물량이다. 지난 4~6월 개인들의 매수가 몰리면서 6월 말 신용매수 잔액은 2024년 12월 상장 이후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7월 급락 때도 주가 회복을 기대한 개인들은 빚을 내 추가 매수에 나섰다.
일본 신용거래는 원칙적으로 6개월 안에 결제해야 한다. 구보타 도모이치로 마쓰이증권 수석시장분석가는 "급등기에 신용거래로 투자한 개인들의 만기가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주가가 회복되지 않으면 손실을 감수하고 보유 주식을 정리해야 할 투자자가 늘어날 수 있다.
지난 2일 기준 키옥시아의 신용매수 잔액은 취득가액 기준 8487억엔(약 7조2224억원)이었다. 이를 당시 주가와 비교한 평가손실 추정치는 약 483억엔(약 4110억원)으로 닛케이지수 구성 종목 가운데 가장 컸다. 평균 매수 단가는 주당 2만467엔(약 17만4174원)으로 당시 종가보다 높았다.
매수와 매도 잔액 차이도 크다. 신용매수 잔액을 신용매도 잔액으로 나눈 금액 기준 신용배율은 18.87배로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시장 전체의 7.96배를 크게 웃돌았다. 반등하면 손실을 줄이려는 매물이 쏟아지고, 급락하면 개인들의 투매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주가가 5.5% 넘게 오른 지난 1일 신용매수 잔액은 5.3% 줄었다. 반대로 주가가 4% 넘게 떨어진 9월 28일에는 잔액이 5.5% 늘었다. 오르면 팔고, 떨어지면 평균 매입가를 낮추려고 다시 사들이는 거래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실적 전망까지 나빠진 것은 아니다.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증권사들이 키옥시아의 주당순이익(EPS) 전망을 높여온 가운데 주가 하락 이후에도 이익 전망 상향이 이어졌다. 일본 금융정보업체 퀵(QUICK)이 집계한 증권사 10곳 중 6곳은 사상 최고가보다 높은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일부 기관은 실적 기대와 주가의 간극을 매수 기회로 보고 있다. 미쓰비시UFJ자산운용의 고지마 나오토 펀드매니저는 5~7년 뒤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종목을 고르며 지난 7월 키옥시아를 펀드에 편입했다. 그는 "주가 하락으로 중장기 기업가치에 비해 가격이 더 싸졌다"고 평가했다.
AI 과잉투자 우려와 개발 속도 조절론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지만 키옥시아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회사 측은 최첨단 AI 모델을 만드는 '학습'과 별개로, AI가 실제 질문에 답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추론'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데이터 저장에 쓰이는 낸드플래시 수요도 확대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성장 기대만으로 쌓인 매물을 단숨에 소화하기는 어렵다. 루잉 피델리티투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중기 실적 성장에 확신이 있어도 주가 급락 때 개인들의 투매가 이어질 위험 때문에 적극적으로 매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당장의 시험대는 이달 말 발표되는 올해 4~9월 실적이다. 시장의 기대를 충족할 실적과 전망을 내놓아야 반등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