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세계은행, AI로 동아시아·태평양國 올해 성장률 4.5%로 상향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AI 붐 착시 속 버블도 경고
동아시아 수출 증가분의 절반 AI 관련 품목
베트남은 7.4% 성장 전망

지난 6월24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26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상하이에서 방문객들이 인공지능(AI) 안경을 착용해 보고 있다.신화연합뉴스
지난 6월24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26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상하이에서 방문객들이 인공지능(AI) 안경을 착용해 보고 있다.신화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세계은행(WB)이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관련 제품 수출 호조를 반영해 올해 동아시아·태평양(EAP) 지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올려 잡았다. 다만 AI 특수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가 향후 글로벌 IT 투자 냉각 시 커다란 독이 될 수 있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6일(현지시간) WB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 지역 내 23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태평양 경제가 올해 4.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4월 발표한 기존 전망치보다 0.3%p 상향 조정된 수치다. 내년 성장률은 4.4%, 2028년은 4.3%로 점차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국 가운데는 베트남의 성장률 전망치가 기존보다 1.1%p 오른 7.4%를 기록하며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세계은행은 이번 성장률 상향의 일등 공신으로 AI 관련 제조업과 수출을 꼽았다. 하지만 AI 제품을 제외한 나머지 품목의 무역 성장세는 "약하거나 역성장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동아시아 대부분 국가에서 AI 관련 품목이 수출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태국, 베트남의 경우 전체 수출 증가의 70% 이상이 AI 관련 품목에서 나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6개국이 올해 4월까지 최근 1년 동안 출하한 AI 관련 제품 규모만 1조4000억달러(약 1882조원)에 달했다.

한국 역시 반도체 중심의 AI 수출 기여도가 압도적이다. 최근 발표된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의 9월 수출은 전년 대비 83.5% 급증한 1209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으며,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절반을 차지했다. 세계은행은 특히 한국 증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 2개 반도체 기업이 KOSPI 전체 시가총액의 43%(4월 말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며, 특정 첨단 산업에 집중된 한국 시장의 특성을 짚었다.

세계은행은 AI 투자의 속도와 자금 조달 방식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다. 현재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6% 수준에 달하는 AI 관련 설비투자(CAPEX)는 2000년 닷컴 버블 당시의 IT 투자 고점과 맞먹는 수준이다. 보고서는 "이번 AI 투자 사이클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여전히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제결제은행(BIS)도 지난 6월 연례 보고서를 통해 "현재 AI 붐의 규모와 속도는 1990년대 닷컴 광풍이나 과거의 투기적 열풍을 연상시킨다"고 경고한 바 있다.

특히 AI 투자에 투입되는 자금의 투명성 부족이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2025년부터 2028년까지 계획된 AI 투자금 2조9000억 달러 중 8000억달러가 사모 대출에서 조달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사모 대출에서 AI 관련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5년 평균 18%에서 2025년 34%까지 급증했다. 그러나 최근 사모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자산 가치 상각, 자금 유출, 채무 불이행 등이 잇따르고 있다. 세계은행은 "사모 대출 시장은 투명성이 떨어지며, 아직 심각한 경기 침체 테스트를 거치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글로벌 통화정책의 기조 변화도 부담이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가 지난달 3년여 만에 첫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연내 추가 인상을 예고하는 등 주요 중앙은행들이 2023년 이후 처음으로 다시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풍부한 유동성에 의존하던 AI 투자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은행은 AI 투자의 조정이 반드시 'AI 슈퍼사이클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투자가 "실제 시장 수요를 크게 앞질러 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만약 미국의 성장률이 1%p 하락할 경우 다른 신흥국 성장률은 약 0.6%p 떨어지며, 투자 부문이 받는 타격은 이보다 2배 이상 클 것으로 추정됐다. 세계은행은 "AI 공급망에서 핵심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동아시아 지역 특성상, AI에 집중된 경기 둔화가 현실화될 경우 그 여파는 상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행권의 외화 부채 비중이 높은 말레이시아(GDP 대비 29.2%), 필리핀(20.7%) 등도 리스크 노출도가 높은 편이다.

대만 통계청 역시 최근 AI 수요를 반영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9.6%에서 11%로 대폭 상향하면서도, "하이테크 산업이 난관에 봉착할 경우 지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예상보다 훨씬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email protected] 윤재준 기자


#태평양 #세계은행 #경제 성장률 #인공지능 #동아시아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