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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흥행 이끈 유해진, 이번엔 신변보호…'암살자(들)' 후폭풍 속 "비판과 개인 압박 구분돼야"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불과 몇달만에 극과극...영화계 단체 우려 표명

서울 시내 영화관에 걸려있는 영화 암살자(들) 포스터. 뉴시스
서울 시내 영화관에 걸려있는 영화 암살자(들) 포스터.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올 상반기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1000만 흥행을 이끈 배우 유해진이 추석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으로 극과 극의 해를 보내고 있다. 관객을 웃기고 울리며 큰 사랑을 받았던 배우가 불과 몇 달 만에 자택 앞 집회와 온라인 협박성 발언에 시달리며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게 된 것이다.

지난 9월 23일 개봉한 '암살자(들)'은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가상의 기자와 형사가 추적하는 내용을 담았다. 당시 수사당국은 북한과 조총련의 지령을 받은 문세광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저격하려다 육 여사를 숨지게 했다고 결론 내렸다. 영화는 여기에 검증되지 않은 가설을 더해 공범과 권력기관의 개입 가능성을 제기하며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극중 유해진은 피격 사건의 경호·경비 소홀에 대한 책임을 물게 된 후배 형사들을 위해 사건을 추적하는 철구 역을 맡았다.

자택 앞 집회에 협박성 게시물…경찰 안전조치 가동

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 성북경찰서는 이날 유해진의 소속사로부터 신변보호 요청을 받고 안전조치를 가동했다. 이는 지난 4일부터 유해진의 자택으로 알려진 성북구 단독주택 앞에서 규탄 집회가 열리고 온라인에 협박성 발언이 올라오는 등 신변 위협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경찰은 유해진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112 시스템에 등록했으며 자택 주변 순찰도 강화했다. 전담 보호 요원은 배치하지 않았다.

이날 버거킹 운영사 본사와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 앞에서도 항의 집회가 이어졌다. 집회 참가자들은 영화 상영 중단과 제작진·배우들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버거킹은 유해진을 내세운 '트러플 머쉬룸 와퍼' 광고 캠페인을 종료했다. 지난달 16일 신제품을 출시한 뒤 같은 달 30일 캠페인 활동을 마쳤으며, 공식 SNS의 관련 게시물과 매장 광고물도 정리되고 있다.

다만 버거킹은 이번 종료가 영화 논란에 따른 조치라는 해석에 선을 그었다. 제품별로 모델과 일회성 계약을 맺어 캠페인을 운영하며, 이번에도 사전에 정한 일정에 따라 마무리했다는 설명이다.

관객과 만나는 자리도 잇따라 취소됐다. 영화 '암살자(들)' 무대인사에 이어 6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과 7일 야외무대인사뿐만 아니라 7일 열리는 부일영화상에도 불참한다. 그는 '왕과 사는 남자'로 올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있다.

유해진은 지난 5월 열린 제62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왕과 사는 남자'로 영화 부문 대상도 수상했다. 당시 그는 영화를 시작할 때만 해도 생계를 이어갈 수 있기만을 바랐고, 조연상을 받은 뒤에는 충분히 만족하며 연기하자고 다짐했는데"이렇게 대상을 줘 감개무량하다"고 관객에게 감사를 전했다.

영화계 "비판과 개인 압박 구분"…문체부 장관도 엄정 대응 요청

'암살자(들)' 주연배우 유해진 자택·제작사 앞 보수단체 집회. 연합뉴스
'암살자(들)' 주연배우 유해진 자택·제작사 앞 보수단체 집회. 연합뉴스

유해진을 향한 과도한 비판 속에 영화계 단체들은 잇따라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관객의 자유로운 평가와 비판을 존중하면서도 논쟁이 영화인의 일상과 생업, 안전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지난 1일 입장문에서 제작 과정이나 참여 창작자에 관한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확산되고, 작품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개별 창작자에게 과도한 비난이 이어지는 상황을 우려했다.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CGK)은 2일 작품을 둘러싼 대화가 창작자와 배우 개인에 대한 공격으로 향하면 새로운 이야기에 도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은 4일 "지금 우리가 마주한 것은 영화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아닌, 인신에 대한 선을 넘은 공격"이라며 작품에 대한 논쟁이 참여 영화인들의 일상과 생업을 겨냥하고 다음 창작의 기회까지 꺾는 상황을 우려했다. 이어 "영화는 서로 다른 생각과 목소리가 만나고, 때로는 논쟁을 만들어내면서도 계속돼야 한다"며 "그 자유가 사라진다면 새로운 영화도, 새로운 이야기도 탄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제작·연출·촬영·배급·상영·노동 등 영화계 19개 단체가 참여한 영화인연대는 5일 "실제 역사적 사건을 다룬 작품이라면 그 해석과 표현을 둘러싸고 다양한 문제 제기와 사회적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다"며 "그 과정에서 유족과 그 시대를 기억하는 이들이 느끼는 아픔과 문제의식 또한 존중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작품에 대한 비판과 개인에 대한 압박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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