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먹빛 꽃봉오리 속에 피어난 금강산 [이현희의 '아트톡']

장인서 기자
파이낸셜뉴스

박대성 '금강화개'

먹빛 꽃봉오리 속에 피어난 금강산 [이현희의 '아트톡']

전통 수묵화의 맥을 이으면서도 현대적인 미감을 접목한 작품을 제작해오고 있는 박대성의 작품은 압도적인 스케일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큰 화폭 자체가 갖는 시선을 이끄는 힘에 호방하게 쌓아 올린 먹의 색감이 만들어내는 이미지의 조형성이 더해져 작품을 바라보는 이는 어느새 박대성의 지면 공간으로 들어간다.

성인 남성의 키를 훌쩍 넘는 2m에 달하는 커다란 종이에 제작된 '금강화개(金剛花開)'는 금강산의 풍경에 작가의 조형적 상상력이 더해진 작품으로, 금강산의 장엄하고도 신비로운 풍경을 아름다운 꽃에 비유한 작품명처럼 금강산의 절경이 한 송이의 꽃봉오리 안에서 피어나고 있다.

꽃봉오리 하나를 툭 떼어 내어 종이 위에 올려 둔 듯 둥근 형태를 지닌 풍경은 대상을 다각도에서 바라본 뒤 화면 중앙으로 모아 배치하는 어안(魚眼) 시점을 통해 특유의 구성력을 보여주며, 이로 인한 원근법의 변형에서 오는 과감한 생략과 강조가 돋보인다.

붓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힘을 지니고 있는 박대성은 강렬하고 속도감 있는 먹선과 과감하고 대범한 필치의 운용을 보여주는데, 전면의 절경을 커다란 꽃잎으로 형상화하고 안쪽으로는 일만이천봉의 기암절벽들과 시원하게 내려오는 폭포의 물줄기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자연을 그리는 데 머무르지 않고 마음으로 재해석한 심상(心象)을 화폭에 연출하여 환상적이면서도 묵직한 형식으로 다가온다. 여기에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먹의 농담은 정제된 절제미와 추상성을 동시에 드러내고, 함께 옅게 올린 담채는 수묵의 중후함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한다.

대범함과 섬세함, 강조와 생략이 상호작용하면서 화면 전체에 압도적인 기운생동의 에너지를 전달하는 박대성의 작품은 자연을 관조하며 체득한 생명의 기운이 응축돼 있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정신적 풍경을 제시하고 있다.

이현희 서울옥션 아카이브팀장

[email protected] 장인서 기자


#금강화개 #금강산 #수묵화 #한국화 #박대성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