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큰손' KKR의 한국 투자 셈법…저평가 기업에 기회 있다
日보다 많은 'PBR 1배 미만' 기업에 주목
기업개혁 통한 가치 재평가 가능성 부각
반도체 등 기술업종, 올해 코스피 EPS 증가분 71% 전망
[파이낸셜뉴스]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KKR이 한국 증시의 저평가 기업을 새로운 투자 기회로 주목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에 가려졌던 기업 지배구조 개혁이 중장기 투자 테마로 부상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일본보다 장부가치 이하로 거래되는 기업이 많다는 점에서 기업가치 재평가 여력을 크게 봤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헨리 맥베이 KKR 글로벌 매크로 및 자산배분(GMAA) 총괄 겸 KKR 밸런스시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발표한 '현장에서 본 투자 전망' 보고서에서 한국 기업개혁을 한층 매력적인 투자 기회로 평가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한국과 일본의 저평가 기업 비중 비교다. KKR이 제시한 지난 9월 27일 기준 자료에 따르면 코스피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기업의 비중은 일본 TOPIX보다 높다. 기업이 보유한 순자산에 비해 시장에서 낮은 평가를 받는 기업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의미다.
KKR은 이를 단순한 저평가 현상이 아닌 기업개혁에 따른 잠재적 투자 기회로 해석했다. 특히 기업의 요청 없이 접수된 인수 제안을 이사회가 공개하고 공식 검토하도록 하는 이른바 '베어허그' 관련 입법 움직임에 주목했다. 이 같은 제도 변화가 현실화하면 저평가 기업의 경영권 시장과 주주가치 제고 움직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KKR은 지속적인 기업가치 재평가를 위해 이사회 독립성과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정보 공개, 사법부의 집행 역량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맥베이 CIO는 한국 기업개혁이 여러 해에 걸쳐 진행될 투자 테마이며, 관련 투자 기회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PEF 업계에서는 기업개혁이 실제 경영권 거래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기업의 낮은 밸류에이션은 지배구조 문제와 맞물려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었다"며 "기업개혁이 실질적인 경영권 거래와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진다면 글로벌 PEF의 국내 투자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라고 전했다.
반도체 역시 한국 증시를 지탱하는 핵심 축으로 꼽았다. 실제 KKR은 AI 수요 확대와 제한적인 공급 여력, 견조한 가격이 국내 반도체 기업의 이익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월 6일 기준 기술 업종이 올해 코스피 전체 주당순이익(EPS) 증가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1%로 추정됐다. 내년에는 75%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KKR은 아시아 투자 테마로 기업개혁과 AI 관련 인프라, 소비 고도화, 역내 교역, 탈탄소화 등을 제시했다. 자산배분에서는 국채보다 실물자산에 상대적으로 무게를 두는 한편 생산성 개선을 동반하는 기업개혁 관련 사모투자에 주목했다.
한편 이번 보고서는 한국 증시의 투자 매력이 반도체 실적 성장뿐 아니라 저평가 기업의 지배구조 변화에서도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실제 투자 확대로 이어질지는 기업개혁의 제도화와 기업별 실행 성과가 좌우할 전망이다.
[email protected] 김경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