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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은 언제 선임해야 가장 좋을까 [원희영 변호사의 사건이 된 일상]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원희영 변호사
원희영 변호사

[파이낸셜뉴스] "일단 혼자 조사받아보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 선임해도 되지 않을까요."
자신이 겪은 일이니 사실대로 설명하면 오해가 풀릴 것 같다. 아직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사건에 변호사를 선임하는 비용도 부담스럽다. 그런데 당사자가 억울해하는 사정과 수사기관이 범죄 혐의를 의심하는 이유는 다를 수 있다. 변호인을 선임할지 고민하고 있다면 첫 조사를 준비할 때 결정하는 편이 좋다.

억울한 사정과 법적 쟁점은 다를 수 있다
회사 돈을 다른 계좌로 옮긴 일로 횡령 혐의를 받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당사자는 "결국 전액 돌려놓았다"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런데 횡령 혐의를 판단할 때는 돈을 어떤 권한으로 관리했고, 누구의 승인을 받아 어디에 썼는지 살펴야 한다. 돈을 돌려놓았다는 사실만으로 혐의가 해소되지는 않는다.

상급자의 승인을 받았다는 설명도 메시지나 결재자료로 뒷받침해야 한다. 단순히 승인이 있었는지를 넘어, 어떤 용도로 얼마까지 쓰도록 허락받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변호인은 당사자의 설명과 자료를 대조해 실제 사용 내역이 승인받은 범위에 해당하는지 살핀다.

첫 조사에 혼자 출석해 사실관계를 잘못 설명했더라도 나중에 바로잡을 수는 있다. 다만 진술을 번복하면 다른 설명까지 신빙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 처음에는 "그런 대화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가 메시지를 확인한 뒤 "대화는 했지만 그런 뜻은 아니었다"고 바꾸는 경우다. 당사자로서는 기억 착오를 바로잡은 것인데도, 수사관은 불리한 증거가 나오자 말을 바꾼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잘못된 진술은 고치되, 어떤 자료를 확인했고 무엇을 잘못 기억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조사 전에 정확히 기억하는 사실과 추측을 구분해 두면 이런 번복을 줄일 수 있다. 당사자가 문제없다고 여긴 말이나 행동도 수사기관에서는 혐의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받아들일 수 있다. 변호인은 불리해 보이는 자료까지 검토해 법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살피고, 당시 경위를 설명할 근거를 찾는다.

조사실에서 변호인이 하는 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 행위를 한 적이 없다", "행위는 했지만 고의는 없었다"는 각각 인정하거나 부인하는 내용이 다르다. 질문 자체에 피의자가 인정하지 않는 사실이 전제돼 있을 때도 있다. 긴장한 나머지 모호하게 답하면 그 사실까지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변호인은 질문과 답변을 함께 들으며 피의자가 어디까지 인정했고 무엇을 부인하는지 확인한다.

변호인은 부당한 신문방법에 그 자리에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조사가 끝난 뒤에는 피의자가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사정에 관해 의견을 밝힌다. 조사 중에도 수사관의 승인을 받아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조사가 끝나면 피의자는 조서에 서명하거나 날인하기 전에 변호인과 함께 내용을 확인한다. 설명의 전제가 빠지거나 표현이 바뀌어 진술한 취지와 달라진 대목은 정정을 요청한다. 이때 정정을 요구한 내용과 이유가 조서에 반영됐는지도 살핀다.

이런 조력을 받으려면 변호인도 조사 전에 사건을 파악할 시간이 필요하다. 선임하기로 했다면 관련 자료를 미리 전달하고 사실관계를 설명해 두는 것이 좋다. 변호인도 사건의 경위를 알아야 질문에 잘못된 전제가 있는지, 답변에서 어떤 설명이 빠졌는지 짚어낼 수 있다.

수사 · 기소 분리로 더 중요해진 경찰 조서

10월 2일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했다. 종전에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부족한 점이 있으면 검사가 피의자를 다시 조사하거나 증거를 확보해 직접 보완할 수 있었다. 이제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은 폐지됐고, 추가 수사가 필요하면 경찰 등 수사기관에 보완수사를 요구한다.

공소청 검사도 피의자의 의견을 듣거나 자료를 받아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검사가 직접 피의자를 신문하며 수사를 보완하던 절차와는 다르다. '경찰에서 설명이 부족했더라도 나중에 검사에게 다시 조사받으면서 풀면 된다'고 기대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경찰 단계에서 진술과 증거를 빠짐없이 기록에 남기는 일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다.

앞선 횡령 사례에서 피의자가 "상급자의 승인을 받아 돈을 옮겼다"고 설명했다고 하자. 조서에는 돈을 옮겼다는 답변만 남고 승인에 관한 설명이 빠졌다면, 기록을 읽는 검사는 피의자가 당시 어떤 근거로 혐의를 부인했는지 알기 어렵다. 승인 메시지까지 제출되지 않았다면 그 설명을 뒷받침할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기소 여부가 검토될 수 있다. 조사실에서 충분히 말했다는 것만으로 안심할 수 없는 까닭이다.

변호인은 첫 조사에서 피의자의 설명이 조서에 정확히 담겼는지 확인하고, 그 설명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출한다. 수백 쪽의 대화 내역을 내면서 "여기에 다 있다"고 하는 데 그쳐서는 부족하다. 대화의 전체 맥락을 유지하되, 어느 날짜의 어떤 문구가 승인 사실을 보여주는지 의견서에서 짚어 준다. 조사 후 새로 확보한 자료도 처분 전에 제출해, 기소 여부를 판단할 때 함께 검토되도록 한다.

잘못된 대응으로 돌연 구속될 수도 있다

출석요구에 성실히 응했다고 해서 끝까지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는 것은 아니다. 피의자는 불리하게 해석될까 걱정돼 사건 관련 대화를 지우거나, 함께 조사받을 사람에게 특정한 내용으로 진술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수사기관은 이를 증거를 없애거나 말을 맞추려는 정황으로 볼 수 있다.

혐의가 없다고 확신한 나머지 "불송치만 나오면 다시 찾아가겠다"고 주변에 말하고 다니는 피의자도 있다. 본인은 억울해서 한 말이라고 해도, 수사기관은 이전 행동과 발언 경위에 비춰 보복이나 추가 위해를 예고한 것인지 살핀다. 피해자나 중요 참고인에 대한 위해 우려는 구속 여부를 판단할 때도 고려된다. 영장이 신청됐다는 소식만으로도 당사자는 일에 집중하기 어려울 만큼 불안을 겪기도 한다.

변호인은 조사 전에 사건 관련 자료를 그대로 보존하도록 안내하고, 관계자에게 연락하려 한다면 그 목적과 내용을 확인한다. 해명하려던 연락도 상대방에게는 진술을 바꾸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자료를 지우거나 연락한 사실이 있다면 그 경위와 내용을 변호인에게 숨기지 않고 알려야 한다. 변호인은 당시 사정을 확인해 해명할 내용을 정리하고, 추가 삭제나 불필요한 접촉을 중단하도록 조언한다.

구속되면 생업에 타격을 받고, 직접 자료를 찾으며 방어를 준비하기도 어려워진다. 변호인의 도움이 필요한지는 첫 조사를 준비할 때부터 판단해야 한다. "문제가 생기면 그때"라며 미루다 뒤늦게 변호인을 선임해도, 이미 사라진 자료는 되찾지 못할 수 있다. 상대방에게 보낸 위협적인 연락도 없던 일이 되지는 않는다.

[필자 소개] 원희영 변호사는 파이낸셜뉴스 기자 출신으로, 현재 법무법인 YK에서 형사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언론정보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평범한 일상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순간을 살피고, 사건의 결과를 좌우하는 핵심 쟁점과 실질적인 대응 방법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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