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휴대폰 증거인멸교사' 무죄 확정
대법, 특검팀·측근 상고 기각 "자기 형사사건 증거 없앤 것...처벌 못 해"
같은 휴대폰 부쉈는데 지시한 이종호 무죄, 실행한 측근 차씨 벌금 300만원
[파이낸셜뉴스]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채상병 특별검사팀(이명현 특검)의 수사와 관련해 자신의 휴대전화를 부수도록 측근에게 지시한 증거인멸교사 혐의에 대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자기 자신의 형사사건 증거를 없앤 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반면 실제로 휴대전화를 부순 측근은 증거인멸 혐의로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8일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무죄를,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된 이씨의 측근 차모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특검팀과 차씨가 낸 상고를 모두 기각한 결과다.
이씨는 채모 상병 순직 사건의 초동수사에서 피의자로 지목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구명하기 위해 김건희 여사 등에게 로비했다는 의혹의 핵심 인물로 특검팀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특검팀이 2025년 7월 이씨가 쓰던 휴대전화를 압수하자, 이씨는 과거 사용하던 또 다른 휴대전화에 담긴 정보가 증거로 쓰일 것을 우려해 같은 달 15일 서울 서초구 잠원한강공원 주차장에서 이 휴대전화를 땅에 던진 뒤 차씨에게 부숴서 버리라고 지시했다. 차씨는 휴대전화를 여러 차례 발로 밟아 부순 뒤 농구장 휴지통에 버렸다. 특검팀은 두 사람에게 각각 벌금 500만원과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쟁점은 같은 휴대전화를 함께 부쉈는데도 지시한 이씨와 실행한 차씨의 죄책이 갈리는 지점이었다. 형법상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 증거를 없앴을 때만 성립하고, 자신의 형사사건 증거를 없앤 행위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취지와 맞물려 처벌하지 않는다. 대법원이 1995년 판결에서 확립한 이른바 '자기비호' 법리다. 문제의 휴대전화는 이씨 자신의 사건 증거였던 만큼, 이씨가 직접 없앴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자기 사건 증거라도 남을 시켜 없애게 하면 증거인멸교사죄로 처벌될 수 있다. 자기 증거를 없애달라고 남에게 부탁하는 행위 역시 원칙적으로 처벌되지 않지만, 그것이 '방어권 남용'에 해당할 때는 교사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2016년 대법원 판례다. 1·2심은 이씨가 차씨와 함께 직접 실행행위를 나눠 맡은 공동정범에 가깝다고 보면서도, 이씨가 휴대전화 정보를 새 기기에 옮겨 복사해 뒀고 그 새 기기가 특검에 압수된 점 등을 들어 수사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하지 않았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방어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반대로 차씨가 부순 휴대전화는 '타인인 이씨'의 형사사건 증거에 해당한다. 1·2심은 차씨가 그 휴대전화를 특검팀이 수사 중인 사건의 증거가 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이씨와 공모해 부순 것으로 보고 증거인멸 유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차씨의 범행을 "국가의 정당한 형사사법작용을 방해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특검팀은 상고심에서 이씨를 증거인멸교사로 기소했는데도 법원이 공소장 변경 없이 공동정범을 전제로 판단한 것은 '불고불리 원칙'(공소가 제기되지 않은 사건은 심리·재판할 수 없다는 원칙)에 어긋나고, 이씨의 행위를 방어권 남용으로 봐 교사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공동정범과 교사범, 불고불리 원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차씨가 휴대전화는 증거가 아니고 고의도 없었다고 다툰 상고이유 역시 증거인멸죄의 법리를 오해한 것이 아니라고 봤다.
[email protected] 김동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