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580돌·가갸날 100년… 제주도, 소멸 위기 제주어 AI 번역 추진
훈민정음 반포 580돌 경축식 개최
제주어 대사전 4만 표제어 확충 추진
연말 AI 검색·번역·음성인식 도입
위성곤 지사 "제주어 함께 배우고 써야"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훈민정음 반포 580돌과 한글날의 출발점인 '가갸날' 제정 100년을 맞은 제주에서 소멸 위기에 놓인 제주어를 지키기 위한 정책이 확대된다. 제주도는 4만개 이상의 표제어를 갖춘 제주어 대사전 구축과 인공지능(AI) 검색·번역·음성인식 서비스 도입을 추진해 제주어를 일상에서 배우고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넓힐 계획이다.
9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도는 이날 도청 탐라홀에서 위성곤 제주도지사와 송영훈 제주도의회 의장, 고의숙 제주도교육감, 김완병 제주학연구센터장, 한글·제주어 관련 단체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580돌 한글날 경축식'을 개최했다.
올해 경축식은 1446년 훈민정음 반포 580주년과 1926년 '가갸날' 제정 100주년이 겹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가갸날은 일제강점기인 1926년 조선어연구회가 우리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처음 정한 훈민정음 반포 기념일이다. 당시 한글을 '가갸거겨'로 배운 데서 이름을 따왔으며, 1928년부터 한글날로 명칭이 바뀌었다.
제주에서는 이러한 역사적 의미와 함께 사라질 위기에 놓인 제주어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유네스코는 2010년 제주어를 '아주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Critically Endangered)'로 분류했다. 언어가 세대 간에 충분히 전승되지 못하면 사용 인구가 줄어 결국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다.
위성곤 지사는 경축사에서 "훈민정음 모음의 출발인 하늘의 소리 아래아는 오늘날에도 제주어 속에 살아 있다"며 제주어에 담긴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강조했다.
아래아(ㆍ)는 현대 표준어에서는 쓰이지 않지만 제주어 일부 어휘에 남아 있는 옛한글 모음이다. 제주어에는 이처럼 고유한 발음과 어휘가 남아 있어 우리말의 역사와 다양성을 살피는 언어자료로서도 가치가 있다.
위 지사는 "사전과 기록만으로는 언어를 지킬 수 없으며, 우리가 배우고 말하며 즐겨 써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제주어의 기록과 실제 사용을 함께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시험 운영 중인 제주어 웹사전 '제주어왓'을 4만개 이상의 표제어를 담은 제주어 대사전으로 발전시키고, 올해 말에는 AI 기반 제주어 검색·번역·음성인식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제주어왓은 제주어의 뜻을 검색하고 아래아 등 옛한글을 입력할 수 있는 온라인 사전이다.
제주어 교육 플랫폼 '페우다'도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교육자료와 지역별 제주어 어휘, 구술자료 등을 제공하고 제주어 교육 참여를 지원하는 체계다.
도는 어르신들의 구술과 노동요, 해녀문화를 제주어로 기록하고 젊은 세대가 제주어로 노래하고 이야기하는 문화콘텐츠 제작도 지원할 방침이다.
이번 경축식 역시 제주어와 표준어를 함께 사용해 진행했다. '훈민정음 창제 정신, 제주에서 다시 새기다'를 구호로 훈민정음 머리글 읽기와 유공자 포상, 축하공연, 한글날 노래 제창, 만세삼창 등이 이어졌다.
한글과 제주어 보전에 기여한 사단법인 제주어보전회 정예실 이사장과 사단법인 한글서예사랑모임 최명자 부이사장이 제주도지사 표창을 받았다.
제25회 한글사랑서예대전에서는 박복희씨가 한글으뜸상을, 제주시 연동의 식당 '볕이드는 곳 밷디'의 김경돈 대표가 아름다운 제주어 간판상을 받았다. 축하공연에는 제주어를 노래로 알리는 가온누리 합창단이 참여했다.
제주어 보전 정책의 과제는 사전과 AI 기술의 확충을 실제 사용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 디지털 환경에서 제주어를 쉽게 찾고 배울 수 있도록 하면서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에서 말하고 쓰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넓혀야 한다는 의미다.
위 지사는 "제주어를 과거의 유산에 머물게 하지 않고 오늘의 생활언어이자 미래세대의 자산으로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