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운동하던 60대, 갑자기 쓰러진 이유는?
[파이낸셜뉴스] 찢어지는 듯한 가슴 통증이 등이나 배로 번지고 식은땀과 호흡곤란이 동반된다면 지체 없이 119를 불러야 한다. 대동맥 혈관벽이 찢어지는 '대동맥박리'일 수 있어서다.
고혈압 약을 먹으면서도 매일 운동하며 건강을 자신하던 김진섭씨(가명·67)는 업무 중 갑자기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통증은 곧 등으로 번졌고, 식은땀과 호흡곤란이 이어지다 결국 쓰러졌다. 동료들의 도움으로 응급실에 실려 간 김씨에 대해 의료진은 급성심근경색을 의심하고 검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대동맥 CT 결과 심장혈관이 막힌 것이 아니라 대동맥이 찢어진 대동맥박리로 확인됐다.
대동맥박리는 갑작스럽고 심한 흉통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급성심근경색과 혼동하기 쉽다. 그러나 두 질환은 원인과 치료법이 전혀 다르다. 대동맥박리를 심근경색으로 오인해 혈전용해제나 항혈소판제 등을 투여하면 출혈과 파열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치료 전 정확한 감별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동맥은 심장에서 나온 혈액을 온몸으로 보내는 우리 몸에서 가장 큰 동맥이다. 대동맥박리는 대동맥 안쪽 벽에 균열이 생기면서 혈액이 혈관벽 사이로 파고들어 벽이 층층이 벌어지는 질환이다. 고혈압과 나이가 대표적인 위험요인이며, 마르판증후군 같은 유전성 결합조직질환이나 이엽성 대동맥판막이 있는 경우에도 위험이 높다.
대동맥박리는 발생 위치에 따라 크게 스탠퍼드(Stanford) A형과 B형으로 나뉜다. 심장에서 바로 이어지는 상행대동맥을 침범하는 A형은 대동맥 파열, 심장 주변 출혈, 주요 장기 혈류 장애 등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치료하지 않으면 발병 초기 사망 위험이 시간이 지날수록 빠르게 높아져 원칙적으로 응급수술이 필요하다.
상행대동맥을 침범하지 않은 B형은 합병증이 없다면 우선 혈압과 맥박을 조절해 대동맥 벽의 부담을 줄이면서 경과를 지켜본다. 다만 파열이나 주요 장기 혈류 장애가 생기거나, 통증이 계속되거나 대동맥이 빠르게 확장되면 혈관 내 스텐트그라프트 치료 등을 고려한다.
치료는 크게 수술과 스텐트그라프트 시술로 나뉜다. 수술은 가슴이나 필요한 경우 복부를 열고 손상된 혈관을 인조혈관으로 교체하는 방법으로, 대동맥근부나 상행대동맥 등 심장과 가까운 부위는 대부분 수술이 필요하다. 스텐트그라프트 시술은 혈관 안으로 기구를 넣어 손상 부위에 스텐트그라프트를 펼쳐 혈액이 혈관벽 사이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방식이다.
전창석 인천세종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과장은 "수술은 문제가 생긴 혈관을 직접 교체하는 치료이고, 스텐트그라프트는 찢어진 입구를 막아 혈액이 원래 혈관으로 흐르도록 유도하는 치료"라며 "박리 부위와 범위, 혈관 형태, 환자의 전신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법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급성심근경색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혀 심장근육에 혈액과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생긴다. 반면 대동맥박리는 대동맥 혈관벽이 찢어지면서 발생한다.
심근경색 통증은 가슴을 짓누르거나 조이는 양상이 많다. 대동맥박리는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시작 순간 가장 심하고, 가슴에서 등이나 복부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다. 양팔의 혈압이나 맥박에 차이가 나기도 하며 호흡곤란, 실신, 복통, 팔다리 감각·운동 이상이 동반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전형적이지 않은 경우도 많아 통증만으로 두 질환을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렵다. 박리가 심장혈관 입구까지 번지면 심근경색과 같은 소견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심근경색이 의심되더라도 통증의 시작 시점과 양상, 위치, 동반 증상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고 필요하면 대동맥 CT로 대동맥박리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대동맥박리는 혈관벽 균열에 그치지 않고 진행하면서 대동맥 파열이나 심장 주변 출혈로 이어질 수 있다. 뇌·신장·장·다리 등 주요 장기로 가는 혈류가 막힐 수도 있다.
따라서 얼마나 빨리 진단하고 치료를 시작하느냐가 생명을 좌우한다. 특히 A형은 진단 즉시 응급수술로 이어져야 한다. 응급실에서는 대동맥 CT로 박리의 위치와 범위, 장기 혈류 이상 여부를 신속히 확인하고 수술과 혈관 내 치료 중 적합한 방법을 판단해야 한다.
이 과정에는 심장혈관흉부외과를 비롯해 응급의학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중환자의학과 등 여러 진료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응급실에서 대동맥박리를 의심해 검사한 뒤 전문 의료진에게 연결하고 수술이나 시술로 이어지기까지 전 과정이 신속하게 이뤄지려면, 의료진이 환자 상태와 검사 결과를 즉시 공유하는 '핫라인' 같은 협력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전 과장은 "대동맥박리 같은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의료진이 환자 상태와 검사 결과를 공유하고 필요하면 즉시 수술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고혈압 등 위험요인이 있다면 평소 가까운 대동맥 응급수술 가능 병원을 알아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대동맥박리를 미리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갑자기 시작되거나 가슴에서 등·복부로 퍼지고 실신이나 호흡곤란, 팔다리 이상 증상이 동반된다면 지체 없이 119에 연락하거나 응급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