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용 거부 취소됐는데 월급은 '0'...대학교 교원 고용관계의 사각
재임용 거부 두차례 모두 취소됐지만 "미확정이라 못 준다"...노동청 진정
[파이낸셜뉴스] 전수미 숭실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가 이윤재 숭실대 총장을 근로기준법 위반(임금체불) 혐의로 노동 당국에 진정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학교의 재임용 거부 처분을 취소하고 학교도 2차 처분을 스스로 거둬들였지만, 다섯달치 급여가 밀렸기 때문이다. 교원 신분이 끊기지 않은 상태에서 임금 지급 의무가 어디서부터 발생하는지가 쟁점이 되고 있다.
12일 파이낸셜뉴스 취재에 따르면 전 교수는 지난 8월 27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관악지청에 이 총장을 피진정인으로 임금체불 진정서를 냈다. 지난 9월 2일 담당 근로감독관이 배정돼 조사가 진행 중이다.
숭실대는 앞서 지난 2월 교원인사위원회를 열고 전 교수에 대한 재임용 거부를 통보했다. 사유는 외부 겸직 금지 의무 위반이었다. 전 교수가 학교 허가 없이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한 언론사의 유튜브 프로그램 앵커로 활동했다는 것이다.
이에 전 교수는 지난 3월 교원소청심사를 청구했다. 이후 소청심사위는 심사를 거쳐 6월 "피청구인의 처분을 취소한다"며 청구를 받아들였다. 학교가 이 결정에 불복하지 않으면서 1차 재임용 거부가 위법하다는 판단은 그대로 확정됐다.
그럼에도 숭실대는 지난 7월 2차 재임용 거부 처분을 내렸다. 그러 다 20여일 후 학교는 스스로 이 처분을 취소하고 원점에서 재심사하겠다고 번복했다. 두차례 처분이 모두 효력을 잃으면서 전 교수의 교원 신분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문제는 급여다. 숭실대는 지난 5월부터 지금까지 전 교수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전 교수가 지급을 요구하자 학교 측은 지난 8월 27일자 교무처장 명의 회신에서 재임용이 확정되지 않아 임금을 줄 수 없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파악됐다.
학교는 재임용 심의 신청을 지난 8월 28일 이메일로 통보해놓고, 닷새 뒤 전 교수의 학교 웹메일 계정을 차단했다. 전 교수 측은 연구과제 수주와 대외협력 관련 증빙이 모두 웹메일에 있는데 계정이 막힌 채 자료 제출 기한만 통보받았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지난 9월 21일 서울중앙지법에 학교법인 숭실대학교를 상대로 이메일 계정 접속방해금지 등 가처분을 신청했다.
쟁점은 해고 시점이다. 재임용 거부 처분이 모두 취소된 이상 고용관계가 끊긴 적이 없다고 보면 학교는 밀린 임금을 모두 물어야 한다. 반면 재임용 심사가 끝나지 않아 신분이 공백 상태라는 학교 측 논리가 받아들여지면 지급 의무가 시작되는 시기가 달라진다.
다만 노동법 전문가는 대학 교원의 고용관계가 일반 근로자와 다르게 다뤄진다는 점을 짚었다. 정기호 법무법인 여는 변호사는 "일반 노동자는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받아들여져 확정되면 처음부터 해고가 없었던 것처럼 근로관계가 이어진다고 본다"며 "그런데 교원은 대법원 판례상 재임용 거부가 취소되더라도 곧바로 근로관계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지 않고, 다시 임용 심사를 하라는 취지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 법리대로라면 처분이 취소돼도 학교는 재심사를 거쳐 다시 거부할 수 있고, 교원은 그때마다 다시 다퉈야 한다. 정 변호사는 "심사 기준이나 절차에 잘못이 있어 두번째 거부도 위법해지면 또 임용 심사를 해야 한다"며 "일반 노동자가 부당해고를 당했을 때의 법리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밀린 임금에 대해서도 그는 대법원 판례 법리에 따르면 그 기간의 임금을 당연히 청구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라고 했다.
결국 제도의 공백이라는 지적이다. 정 변호사는 "정년이 보장되는 교원은 일반 노동자와 사실상 같다고 보지만, 기간제 교원은 지위가 매우 열악하다"며 "교수들, 특히 기간제 교원들이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동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