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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영공 대란… 유럽-아시아 핵심 항공로 사실상 마비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전쟁 여파로 항공사들 운항 취소 및 우회 노선 비상

지난 7월13일(현지 시간) 예멘 사나 국제공항 단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공습으로 추정되는 폭발이 일어나 거대한 연기가 치솟고 있다. AP뉴시스
지난 7월13일(현지 시간) 예멘 사나 국제공항 단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공습으로 추정되는 폭발이 일어나 거대한 연기가 치솟고 있다. 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민간 항공 시장이 지구촌 곳곳에서 격화되는 무력 충돌의 최전선으로 내몰리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례 없는 규모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각국의 주요 공항과 계류 중인 항공기, 영공을 직접 타격하면서 전 세계 하늘길에 비상이 걸렸다고 보도했다.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라크·이란 군사 작전 개시 이후 중동 지역 주요 공항들은 지속적인 공격 표적이 되어 왔다. 계류장에 주차된 민항기가 미사일이나 방공망 요격 파편에 맞으면서 승무원과 승객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이어졌다.

지난 10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이 예멘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으면서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번 공격으로 최소 12명이 숨지고 300여명이 다쳤다. 10년 만에 발생한 사우디 내 최악의 인명 피해이자, 민간 공항을 향한 가장 치명적인 직접 공격이다. 이 여파로 전 세계 항공사들은 대대적인 회항에 나섰으며, 1000편 이상의 항공편이 취소됐다. 사우디 당국은 11일에도 봉쇄된 공항을 향한 추가 공격이 이어져 제4터미널에 화재가 발생하고 크루즈 미사일이 인근에서 요격됐다고 밝혔다.

사우디의 주요 공항들이 잇따라 타격을 받으면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핵심 항공 우회로 중 하나가 사실상 봉쇄 상태에 빠졌다. 미국과 영국, 호주 등 주요국 정부는 자국민에게 리야드 공항 이용 자제를 권고했으며, 프랑스, 캐나다, 독일은 자국 항공사에 사우디 영공 전역 및 일부 지역 통과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재래식 미사일과 장거리 드론이 민간 항공기와 공항을 공격하는 빈도와 피해 규모가 역대 최고 수치에 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각국의 방공 미사일 재고가 고갈되어 가면서 위험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 항공 보안 전문업체 오스프리 플라이트 솔루션스의 매트 보리 수석 정보 책임자는 "운항 안전에 대한 최종 판단은 각국 정부와 항공사의 자체 위험 평가에 달려 있다"며 "승객들은 정부의 여행 권고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중 타격 외에 내부적 위협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번 달 초 아랍에리미트(UAE) 플라이두바이 항의 한 조종사가 이스라엘 텔아비브 공항으로 향하던 항공기를 납치해 충돌시키려다 미수로 그친 사건이 발생하면서, 조종석 내부에서 비롯되는 새로운 안보 리스크까지 대두된 상황이다.

전 세계의 영공은 이미 폭발 직전이다. 이란은 두바이와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등지의 공항 연료 탱크와 활주로, 관제 시설을 타격했으며,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베이루트 공항이 피해를 입었다. 우크라이나 역시 러시아 영공을 겨냥한 지속적인 드론 공격을 펼치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자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최근 회원국들을 향해 "항공 산업이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항공 안전 단체인 옵스그룹 역시 "후티 반군이 민간 항공을 명확한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사우디 영공 전역의 우회를 권고했다.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안전지대가 사라지면서 항공사들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 영공 봉쇄에 이어 중동 영공마저 닫히자, 항공사들은 조지아,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을 거치는 협소한 하늘길로 몰려들고 있다. 이로 인해 우회 시간 증가와 항공유 가격 상승 등 항공업계의 경비 부담과 운항 파행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저널은 전했다.

[email protected]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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