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사모대출 56조 노출"…美 사모신용 부실, 국내 보험·연기금 전이 경계 [fn마켓워치]
국내 금융권 30.5조·연기금 25.4조 투자
보험사 20.6조…금융권 투자액의 67%
美 사모신용시장 3339조원 규모로 급성장
이자 유예 대출 늘고 차입기업 상환능력 악화
자본연 "글로벌 투자자 위험 축소 물량 떠안지 말아야"
[파이낸셜뉴스] 국내 금융회사와 연기금·공제회가 해외 사모대출에 약 56조원을 투자한 가운데 미국 사모신용시장의 부실이 국내 금융권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권의 투자 규모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지만, 사모신용펀드와 은행·보험사 간 복잡한 연결 구조를 고려하면 잠재적 위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12일 자본시장연구원이 발간한 '미국 사모신용시장의 건전성, 유동성 및 시스템리스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사모신용시장 규모는 약 2조5000억달러(약 3339조원)에 달한다. 2020년 이후 최근 5년간 연평균 20% 성장했지만 금리 상승과 차입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대출 부실과 펀드 순자산가치(NAV)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투자 규모도 상당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국내 금융회사와 연기금·공제회의 해외 사모대출 투자액은 55조9000억원으로 2023년 말 대비 약 37% 증가했다. 금융권이 30조5000억원, 연기금·공제회가 25조4000억원을 투자했다. 특히 보험사 투자액이 20조6000억원으로 금융권 전체의 67.4%를 차지했다. 미국 투자 비중은 금융권 58.4%, 연기금·공제회 63.0%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해외 사모대출 투자액이 금융권 총자산의 0.42%, 연기금 등 운용자산의 1.2%에 그쳐 위험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펀드 자체의 유동성 위험보다 은행과 생명보험사 등 금융기관으로 손실이 확산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실제 미국 사모신용 차입기업의 상환능력은 이미 악화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제로금리 시기 약 6%였던 차입금리는 이후 약 12% 수준까지 높아졌다. 2023년 기준 차입기업의 약 3분의 1은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금 대신 대출원금을 늘려 이자를 지급하는 현물지급이자(PIK) 방식의 대출 비중도 2022년 5~6%에서 2025년 12%로 확대됐다.
문제는 부실의 전이 가능성이다. 미국에서는 사모신용펀드가 보유한 기업대출을 자산담보부증권(ABS)으로 유동화해 보험사에 판매하거나 은행이 펀드에 대출을 제공하는 거래가 확대됐다. 사모운용사가 생명보험사를 인수해 보험자금을 사모신용에 투자하는 구조도 확산했다. 차입기업의 부실이 펀드를 넘어 금융권 전반으로 번질 수 있는 경로가 형성된 셈이다.
신 연구위원은 "사모신용시장은 고립된 생태계 내에서 홀로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사모신용시장에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자칫 금융시스템 전체에 대한 그림을 놓치는 일을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펀드 NAV가 급락하면 연기금과 보험사, 은행 등이 투자손실에 대응해 보유 채권 등 유동성 자산을 처분하면서 금융시장 전반의 가격 하락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는 급격한 자산가치 재평가를 전제로 한 위험 시나리오다.
신 연구위원은 국내 투자기관에 대해서도 "글로벌 금융회사나 투자자들이 위기에 대비해 자신들의 포지션을 축소하는 와중에, 국내 연금기금이나 금융회사가 해당 포지션을 받아주는 역할을 해서는 곤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mail protected] 김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