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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의 역설"…유증 부담에 PRS·신종자본증권 선호, 신용위험 커지나 [fn마켓워치]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유증 막히자 PRS·신종자본증권으로 우회, 지분희석 피하고 상환부담 키워
자사주 소각 43조 돌파·계열사 지원도 재편…주주환원 뒤에 숨은 신용 리스크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제공.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세 차례에 걸친 상법 개정으로 기업의 주주환원과 소액주주 보호가 강화되는 가운데 기업들의 자금조달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기존 주주의 지분희석을 수반하는 유상증자 대신 주가수익스왑(PRS)과 신종자본증권 등 대체 조달수단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기업의 잠재적인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제도 변화가 역설적으로 채권자 보호와 기업 재무안정성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나이스신용평가가 발표한 '상법 개정에 따른 기업 의사결정 변화와 신용평가상 주요 점검사항' 보고서에 따르면 상법 개정으로 유상증자 등 자기자본 조달의 절차적 부담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PRS와 신종자본증권 등 대체 조달수단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조달수단은 구조에 따라 상환·정산 부담을 수반해 기업의 재무위험을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이 위축될 경우 차입과 구조화금융 의존도가 높아져 기업 신용도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강원구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김가영 평가기준실장과 공동 작성한 보고서에서 "의사결정 및 절차적 고려의 증가는 기업의 자금조달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유상증자 대신 신종자본증권이나 PRS 등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달수단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들 조달수단이 기업의 실질적인 재무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PRS는 계약 구조에 따라 기초자산의 주가 변동에 따른 정산 부담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신종자본증권 역시 이자·배당 지급과 차환 부담 등을 수반한다. 유상증자를 통한 자기자본 확충이 위축되고 이러한 대체 수단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기업의 재무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강 연구원은 "유상증자를 통한 자기자본 조달이 위축될 경우 차입이나 구조화금융 등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기업의 상환부담과 재무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 기업은 미국 등 선진 금융시장에 비해 자금조달에서 유상증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고 절대적인 조달 규모도 제한적인 수준이다.

주주환원 확대도 새로운 신용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국내 상장법인의 자기주식 소각액은 2024년 13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21조4000억원으로 증가한 데 이어 올해 1~5월에는 43조1000억원에 달했다. 불과 5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소각액의 두 배를 넘어선 것이다.

강 연구원은 "주주환원 확대 및 자본효율성 제고 압력이 기업의 재무정책을 과도하게 변화시키는 경우, 업황 및 실적 저하기에 재무안정성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잉여현금흐름과 투자소요 대비 주주환원 규모의 적정성, 경기하강기 환원정책의 조정 가능성 등이 주요 점검사항으로 제시됐다.

계열사 지원 구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상법 개정으로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할 때 지원의 필요성과 경제적 편익을 더욱 엄격하게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룹의 공급망과 사업구조에 필수적인 핵심 계열사는 지원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상대적으로 쉽지만, 전략적 중요도가 낮은 비핵심 계열사는 지원 의지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강 연구원은 "상법 개정은 별도의 평가요소를 도입하기보다 기존 신용의존성 판단의 중요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계열회사별 전략적 중요성, 사업·재무적 연계성 및 지원 중단 시 계열 전체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 등 실질적인 지원 유인에 대한 판단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mail protected]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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