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 등급·역사 왜곡 논란…국감서 또 공방[2026 국정감사]
더불어민주당, 정치권 개입 경계
[파이낸셜뉴스]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창작의 자유와 관객의 자유로운 판단을 강조하며 정치권의 개입을 경계했다.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영화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육영수 여사 피살 사건의 배후로 인식하게 하는 역사 왜곡이라고 비판하고, 12세 이상 관람가 결정의 적절성과 공적 자금 투입 경위를 따져 물었다. 이에 조계원·노종면·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국민의힘의 문제 제기에 반론을 폈다.
조계원 의원은 창작자에게는 영화를 만들 자유가, 관객에게는 작품을 자유롭게 판단하고 해석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문화예술을 지원하되 정당한 사유 없이 내용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거론하면서 배우 유해진의 자택 앞 집회와 영화 관련 행사 취소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조 의원은 "영화의 정상적인 홍보와 관객 접촉 활동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정치가 이렇게 관여해서 되겠느냐"고 질의했다. 한상준 영화진흥위원장은 "지금 회복되고 있는 영화산업이 위축되지 않냐"는 지적에 "우려된다"고 답했다.
공적 투자 규모에 대한 주장도 반박했다. 조 의원은 항간에 거론된 340억원이 '암살자(들)' 한 편에 투입된 금액이 아니라 펀드에 대한 출자 규모라고 설명했다. '암살자(들)'은 미시간벤처캐피탈이 운용하는 '미시간한국영화메인투자조합2호'의 투자를 받았다. 이 펀드의 전체 결성액은 567억원으로, 이 가운데 모태펀드 영화계정 출자액은 340억원이다.
조 의원은 "모태펀드 전액을 투자한 게 아니고 펀드에 대한 출자 규모"라며 개별 작품의 투자금과 펀드 전체 규모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암살자(들)'의 실제 투자액을 묻는 질문에 한상준 위원장은 개별 작품의 투자금액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조 의원은 또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주연 배우들의 인센티브 관련 비공개 계약정보를 공개한 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아무리 정치인이라고 하더라도 내밀한 사적 계약까지 공개해 침해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 아니냐"며 "이렇게 되면 창작자도 배우들도 활동의 위축을 받고 제약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이 제시한 북한의 사과 관련 보도에 다른 해석을 내놨다. 그는 2002년 9월 14일자 한국일보 기사를 거론하며 "기사 본문에는 박근혜 당시 의원이 1·21 청와대 습격 사건에 대한 사과는 받았지만, 어머니 사건에 대해서는 들은 적이 없다고 밝힌 내용도 담겨 있다"고 지적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묘사도 부정적 시각 일색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영화 속 극동 회장이 지하철 건설과 관련한 의혹에 장기적인 투자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장면을 거론하며 "당시에는 미처 짐작할 수 없지만 그런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 대목을 매우 인상 깊게 봤다"고 말했다.
김대중 납치 사건에 대해서도 그는 "박정희 대통령의 책임에 관한 의문이 세간에 있지만, 영화에서는 중앙정보부가 과도하게 행동한 데 대해 박 대통령이 분노하며 신문을 구기는 장면이 나온다"며 "그 장면을 놓쳤다면 다시 보라"고 말했다.
등급분류 문제에는 청소년 보호의 취지를 존중하면서도 제도 전반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공개한 유튜브 숏폼과 12세 관람가 영화의 흡연 장면 관련 자료를 거론하며 "제도와 기준을 걱정할 수는 있지만, 특정 영화만 지목해 문제 삼는 데는 선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임오경 의원은 역사적 사건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 자체를 역사 왜곡으로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역사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역사 왜곡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질문을 금지하는 것이 역사적 진실을 밝힐 기회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 의원은 육 여사 피격 사건의 총격 경위 등에 관한 의혹이 과거 MBC와 SBS 시사프로그램에서도 다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가 새로운 사실을 조작한 것일까. 기존 의혹을 극적으로 표현한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임 의원은 의혹과 입증된 사실을 구분해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창작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과 공적 지원기관의 책임을 점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그는 "영화는 표현의 영역"이라면서도 "공적 지원을 받은 작품이 역사를 왜곡했을 때 지원기관이 아무 검토도 하지 않아도 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영화를 두 차례 봤으며, 편견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연령대의 40명과 단체관람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동행한 관객 대부분이 사실과 영화적 상상력의 경계를 모르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은 이 사건에 중앙정보부가 개입돼 있고, 그 배후에 박정희가 관련돼 있다는 강한 의구심을 심어주는 영화라고 느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두 번 보고 똑같이 그런 결론에 도달했다"며 "당시 시대적 상황과 육영수 여사가 8·15 광복절 기념식에서 피살된 사실 외에는 거의 다 허구이고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박 전 대통령의 업적과 국민의 평가를 깎아내리려는 의도로 영화를 만드는 데 협력한 이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콘진원의 가치평가 기준에 대해서도 형평성을 따졌다. 콘텐트가치평가는 콘텐트의 사업화 가능성을 평가하고 투자기관에 보고서를 제공해 투자를 연계하는 제도다.
김 의원은 다른 전·현직 대통령과 가족에 관한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영화로 만들더라도 흥행 가능성이 높으면 A등급을 줄 것이냐고 질의했다. 제작진을 국감장에 불러 국민이 궁금해하는 사항을 설명하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도 거듭 제기했다.
[email protected] 신진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