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터질 것 같은데 한 방울도 안 나온다"… 새벽 3시, 감기약이 부른 4050 가장의 뼈아픈 굴욕 [몸의 오프더레코드]
환절기 찬바람과 종합감기약의 치명적 콜라보… 4050 남성의 요도를 틀어막다
팽창한 전립선 쥐어짜는 '급성 요폐'의 의학적 팩트
"터질 것 같은 아랫배 안고 뒹굴다"… 응급실 소변줄 삽입 중년 남성의 질병
노화를 부정하는 한국 가장들의 서글픈 자화상
[파이낸셜뉴스] 본격적인 가을 궤도에 접어든 10월 12일 밤. 낮에는 제법 덥더니, 퇴근길 지하철역을 빠져나오자 살갗을 베는 듯한 차가운 가을바람이 훅하고 끼쳐온다.
으슬으슬한 한기와 함께 연신 재채기가 쏟아진다. "환절기라 감기 기운이 있나."
집에 돌아온 4050 가장은 저녁 식사 후 서랍장을 열어 언제 사두었는지 모를 '종합감기약' 두 알을 꺼내 입에 털어 넣는다. 피곤한 몸을 뉘며 내일 아침이면 개운해지기를 기대하지만, 이 평범하고 안일한 대처는 불과 몇 시간 뒤 그를 응급실 바닥에 나뒹굴게 만드는 치명적인 패착이 된다.
새벽 3시. 아랫배가 터질 것 같은 극심한 팽만감과 요의(소변이 마려운 느낌)에 번쩍 눈을 뜬다.
다급하게 화장실로 달려가 변기 앞에 서지만, 1분이 지나고 5분이 지나도 소변은 단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다. 아랫배는 풍선처럼 딱딱하게 부풀어 오르고,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지며 호흡마저 가빠진다. 힘을 주면 줄수록 방광이 찢어질 듯한 극통이 밀려온다. 결국 그는 하의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한 채 바닥을 기며 119를 부른다.
단순한 감기약 한 알이 빚어낸 이 끔찍한 재앙의 의학적 병명은 '급성 요폐(Acute Urinary Retention)'다.
비뇨의학계의 통계에 따르면 50대 남성의 50%, 60대의 60%가 이미 '전립선 비대증'을 앓고 있다. 노화와 남성호르몬의 변화로 호두알 만했던 전립선이 귤 크기만큼 비대해져 요도를 압박하고 있는 상태다. 평소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고 잔뇨감이 있었음에도, "나이 들면 다 그렇지"라며 애써 무시해 온 4050 남성들의 몸통 속에 숨겨진 뇌관이다.
비극은 이 뇌관에 종합감기약이라는 '도화선'이 불을 붙이면서 폭발한다. 콧물과 재채기를 멈추게 하는 감기약의 핵심 성분인 '항히스타민제(Antihistamine)'와 '에페드린(교감신경 흥분제)'이 문제다. 이 성분들은 방광 근육의 수축력을 마비시켜 소변을 밀어내는 힘을 빼앗아 버린다.
동시에 요도를 감싸고 있는 전립선의 평활근과 요도 괄약근을 극도로 수축시켜 요도 입구를 꽉 틀어막는다. 즉, 밀어내는 힘은 사라졌는데 나가는 문마저 자물쇠로 잠겨버리는 의학적 화학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결국 방광에는 500ml에서 많게는 1리터가 넘는 소변이 꽉 들어차게 되고, 방광 내압이 한계치를 돌파하며 환자는 상상을 초월하는 극통에 몸부림치게 된다.
이 지옥 같은 고통을 끝내는 유일한 방법은 응급실에 실려 가 굵은 카테터(소변줄)를 요도를 통해 방광까지 강제로 밀어 넣는 것뿐이다. 바지를 내리고 응급실 침대에 누워 소변줄이 삽입되는 순간, 4050 남성들은 육체적 고통을 넘어선 참담한 수치심과 마주한다.
가족 앞에서는 한없이 강인해 보이고 싶었던 가장의 알량한 자존심이, 고작 감기약 한 알과 노화된 전립선 앞에서 여지없이 꺾여버리는 뼈아픈 순간이다.
대한민국의 중년 남성들은 자신의 몸이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 지독하게 인색하다. 약해진 소변 줄기를 '남성성의 하락'으로 여기며 부끄러워 감추기에 급급하고, 전립선 약을 먹는 것을 자존심 상해한다.
하지만 요도를 꽉 틀어막은 급성 요폐 앞에서는 그 어떤 정신력도 무용지물이다.
그것은 정력의 문제가 아니라, 당신의 신체가 "더 이상 젊지 않으니 제발 관리하라"고 보내는 엄중한 구조 신호다.
찬바람이 매서워지는 10월, 무심코 삼킨 감기약 한 알이 누군가에게는 밤새 소변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끔찍한 고통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감기약을 먹기 전 자신의 전립선 상태를 살피고 약의 성분을 확인하는 것. 중년 남성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인내심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정확히 아는 지혜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