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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위기 신호를 먼저 읽는다… 제6차 자살예방기본계획 확정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던 자살예방 정책이 위기를 먼저 발견하고 찾아가는 방식으로 바뀐다. AI·데이터로 위험을 미리 예측하고, 지자체 성과는 공개 평가한다.

정부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로 제11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열어 4기 민간위원을 위촉하고 '제6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심의·확정했다.

이번 계획은 지난해 9월 마련된 '2025 국가자살예방전략'과 같은 해 12월 출범한 범정부 생명지킴추진본부가 올해 6~9월 내놓은 9대 분야 대책을 통합·보완한 것이다. 9대 분야는 학생·청소년, 경제적 위기자, 자살 긴급대응, 자살 장소 관리, 미디어·온라인, 고립·위기가족, 돌봄·간병 부담, 특수직군, 범죄피해자 회복 지원 등이다. 여기에 정신건강 치료, AI·데이터 활용 등 새 과제를 더해 자살예방법에 따른 법정 기본계획으로 격상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자살률(인구 10만 명당)은 29.1명으로 2012년 이후 가장 높았으나 지난해 27.8명으로 낮아졌다. 지난해 10월 이후 월별 자살률은 전년 동월 대비 줄고 있으며, 국가데이터처 잠정 통계 기준 올해 1~7월 자살사망자는 743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475명)보다 1,043명(12.3%) 감소했다.

AI가 위기 신호를 먼저 읽는다… 제6차 자살예방기본계획 확정

비전은 '든든한 기본(B.A.S.I.C.)'… 5대 전략 제시

계획의 비전은 '생명보호가 기본인 사회, 든든한 기본(B.A.S.I.C.)으로 완성하는 생명존중 대한민국'이다. 단일 부처 중심, 신청주의 기반, 근본 요인 해소 미흡, 데이터 활용 부족, 지자체·민간 협력 부족 등 기존 계획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5대 전략을 마련했다. 또 2024년 29.1명 수준인 자살률을 2030년까지 33.3% 수준인 18.9명 이하로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첫째 '생명지킴 안전망(Basic Safety Net)' 전략에 따라 국가자살대응실을 설치해 자살시도 발생 상황을 국가 차원에서 확인하고 지역 대응을 지원한다. 자살예방센터 인력은 센터당 5.0명에서 내년 7.1명으로 늘리고, 입원하지 않는 자살시도자에게도 최대 24시간 일시보호 서비스를 제공한다.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는 현재 14곳에서 2030년 17곳으로,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는 지난해 93곳에서 내년 103곳으로 확대한다. 자살시도자 치료비 지원 한도는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응급입원료 지원 상한은 45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단계적으로 올린다.

둘째 '적극적 발굴·예방(Active Outreach)' 전략은 신청을 기다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관계기관이 먼저 위험을 발견하는 체계로의 전환을 목표로 한다. 정신의료기관과 자살예방센터 간 고위험군 연계를 확대하고, 위기가구 통합발굴플랫폼 등을 활용해 위험군을 찾아낸다. 현재 7가지로 단순화된 자살동기 분류는 27개 소분류로 세분화하고, 건강보험·사회보장급여 데이터와 결합해 분석할 기반을 마련한다. AI를 활용한 자살위험 예측과 지역별 동향 분석을 추진하고, 109 상담일지 작성 등 반복 업무에도 AI를 도입해 전문인력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셋째 '구조적 근본 원인 해소(Structural Support)' 전략으로 채무·빈곤·고립·돌봄 부담 등 사회경제적 요인에 대응한다. 과도한 채무부담으로 지친 국민에게 관련 구제·지원 제도를 한 번에 안내·연계하기 위해 10월 전국민 채무상담 대표번호(1375) 운영을 개시하고, 금융취약계층을 위한 특화 금융상품 제공 등 금융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확대한다. 또 내년 기준 중위소득 6.7% 인상, 자살고위험군 긴급생계비 지원, 가족 돌봄휴직 확대 등을 추진한다.

넷째 '맞춤·통합형 정책(Integrated Care)' 전략에 따라 청소년은 교육부, 범죄피해자는 법무부, 군인은 국방부, 채무는 금융위원회 등 대상별 주관 부처를 지정한다. 학생·청소년 대책으로는 질문·토론 중심 수업문화 조성과 '학생마음건강 실태조사' 등이 포함됐다. 자녀를 살해한 뒤 부모가 숨진 사건을 '동반자살'이 아닌 '아동살해'로 규정하는 아동학대처벌법 개정도 추진한다. 자살유족 원스톱 지원은 올해 6월부터 전국으로 확대됐으며, 사건 직후 개입하는 '유족보호관(가칭)' 제도도 도입한다.

다섯째 '국가·사회 책임 강화(Community Accountability)' 전략은 지자체와 민간이 함께 책임지는 지역 중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지자체별 자살률과 예방 노력을 평가해 일정 유예기간 후 결과를 공개하고, 우수 지자체에는 포상과 재정 인센티브를 준다.

2030년 성과 목표… 부처·지자체 이행 의무화

계획이 법정계획으로 격상되면서 중앙부처 장과 시·도지사는 기본계획에 따른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할 의무를 지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매년 이를 평가한다.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이행 상황을 관리하며, 2030년까지 본격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다.

한 총리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국가의 책무"라며 "자살은 특정 부처의 일이 아니라 정부 전체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별 실적을 면밀히 살펴 현장에서 효과를 거둔 사례를 확산하고, 우수한 지방정부에는 평가와 재정 지원으로 힘을 더하겠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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