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발견이 중요한 간암… 고위험군, 반년마다 초음파·AFP 검사해야
알코올성 간질환·지방간질환 증가 추세
생존연장 위한 맞춤치료 중요해졌지만
전신치료제 급여 제한은 환자에 걸림돌
간암이 '발견하면 늦은 암'에서 '일찍 찾아 맞춤 치료하면 오래 살 수 있는 암'으로 바뀌고 있다. 다만 치료 성과를 환자 생존으로 잇기 위해서는 감시 체계 고도화와 치료 접근성 개선이 남은 과제로 꼽혔다.
유수종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지난 20일 대한간학회가 주관한 '간의 날' 기념식에서 '간암 극복을 위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제로 발표하며 예방부터 조기 발견, 치료, 장기 예후까지 간암 진료의 변화와 과제를 짚었다.
국내 간암의 연령표준화 사망률은 지난 2013년 인구 10만명당 16.8명에서 2024년 9.7명으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조사망률은 22.6명에서 20.4명으로 감소 폭이 작았다. 연령을 보정한 사망 위험은 낮아졌지만, 고령화로 실제 간암 부담은 여전히 크다는 의미다.
간암의 원인 구성도 달라졌다. 2008년과 2022년을 비교하면 B형간염 관련 간암 비중은 68.9%에서 59.7%로 줄었다. 반면 알코올성 간질환은 8.9%에서 15.8%로,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ASLD)은 7.5%에서 11.8%로 늘었다. 바이러스 간염 관리에 더해 음주와 대사질환을 아우르는 예방 전략이 필요해진 것이다.
조기 발견의 기본은 고위험군의 정기 감시다. 간경변증 환자와 만성 B형·C형간염 환자는 6개월마다 간 초음파와 혈청 알파태아단백(AFP) 검사를 받아야 한다. 대한간암학회가 2월 2일을 '간암의 날'로 정한 것도 '두 가지 검사를 1년에 두 번' 받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B형간염 환자 1만8816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시험에서는 감시군의 간암 사망이 37% 줄었다. 두 검사를 함께 하면 조기 간암을 찾아내는 민감도는 74.1% 수준이다. AFP가 오르지 않는 간암도 약 40%에 이르러 혈액검사만으로 영상 검사를 대신할 수는 없다. MRI나 혈액 속 종양 DNA(cfDNA) 메틸화를 활용한 검출법은 연구에서 가능성을 보였지만, 실제 생존 이득과 비용효과는 아직 검증 단계다.
치료 성과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진행성 간암의 1차 면역병용요법은 주요 3상 임상시험에서 중앙 전체생존기간을 16.4~23.7개월, 약 2년 수준까지 늘렸다. 특히 HIMALAYA 시험의 5년 추적 결과 면역병용요법군의 5년 생존율은 19.6%로 기존 표적치료제군(9.4%)의 2배 수준이었다. 다만 이는 간 기능이 보존된(Child-Pugh A)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결과로, 완치율과는 다르다. 반면 색전술(TACE)과 전신치료 병용은 질병 진행을 늦췄지만 전체생존 연장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수술이나 국소치료 뒤 재발을 막기 위한 면역항암 보조요법도 현재로서는 표준 치료로 권할 근거가 부족하다.
치료 접근성을 가로막는 제도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현재 전신치료제 급여는 '수술 또는 국소치료 불가능'을 전제로 해 색전술과 전신치료를 함께 계획해도 급여가 인정되지 않는 사례가 있다. 1차 치료로 어떤 약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후속 치료의 급여 경로가 제한되는 문제도 있다. 이에 학회는 전신치료 심사 기준을 구체화하는 합의안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병용요법 급여 확대도 요청할 계획이다.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