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암 걸렸다고 살 빼지 마세요"… 학계 발칵 뒤집은 '뱃살'의 소름 돋는 반전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대장암·유방암 등서 과체중 환자 생존율 최고치… "저체중이 오히려 사망률 1위"
뱃살은 혹독한 치료 견디는 '에너지 창고'… 면역치료 효과 무려 56% '껑충'
당분·포화지방 듬뿍 '나쁜 식단'이 암세포 공격 돕는다?
의료계 뒤흔든 메커니즘

최근 뉴욕포스트는 비만이 일부 암 환자의 생존율 향상과 연관돼 있다는 연구를 조명했다. 뉴시스
최근 뉴욕포스트는 비만이 일부 암 환자의 생존율 향상과 연관돼 있다는 연구를 조명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암에 걸리면 무조건 살부터 빼고 철저한 식단을 지켜야 한다는 인류의 오랜 상식이 산산조각 나고 있다. 오히려 살집이 있는 '과체중' 환자가 암 투병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생존율을 보인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른바 '비만의 역설(Obesity Paradox)'이다.

10일(현지 시간) 뉴욕포스트는 의학계에서 10년 이상 치열한 논쟁의 대상이 되어 온 '비만의 역설'을 집중 조명하며, 체중과 암 생존율의 관계를 완전히 새롭게 쓴 최근의 연구 흐름을 보도했다.

과거 비만은 암을 유발하는 만악의 근원으로 꼽혔다. 하지만 2016년 발표된 연구 결과는 달랐다. 과체중으로 분류된 대장암 환자가 가장 높은 생존율을 기록한 반면, 살이 찌지 않은 저체중 환자들은 오히려 가장 높은 사망률을 보인 것이다. 이러한 생존 공식은 췌장암, 유방암, 흑색종, 신세포암 등 다양한 암종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됐다.

대체 왜 뚱뚱한 사람이 암에 더 강한 걸까. 연구진은 그 해답을 '지방'에서 찾았다. 첫 번째는 '동면 가설'이다. 과도하게 축적된 지방 조직이 암 치료라는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일종의 '에너지 저장고' 역할을 하며 환자가 버틸 수 있는 체력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면역치료제와의 시너지 효과도 놀랍다. 한 연구에 따르면, 비만 환자가 면역치료제를 투여받았을 때 암이 진행되거나 사망할 위험이 무려 56%나 뚝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이 치료제의 강력한 부스터 역할을 한 셈이다.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식단이다. 캐나다 맥길 대학교 연구진은 당분, 정제 곡물, 포화지방이 잔뜩 들어간 이른바 '불건강한 식단'이 특정 암의 면역치료 반응을 오히려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놨다. 이 '나쁜 식단'이 장내 특정 세균의 폭발적인 증식을 유도하고, 여기서 뿜어져 나오는 화학물질이 면역계의 암세포 공격을 직접적으로 돕는다는 원리다.

물론 반론도 팽팽하다. 2021년 600만 명 이상의 암 환자를 분석한 초대형 연구에서는 폐암, 신장암, 흑색종 등 일부를 제외하면 여전히 비만이 전반적인 생존율을 갉아먹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체지방과 근육량을 구분하지 못하는 '체질량지수(BMI)'의 한계가 만든 착시라는 지적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비만과 장내 미생물이 암 치료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강력한 힌트가 속속 등장하면서, 향후 암 치료법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의료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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